[사설] 文정부서 실패한 직무급제 확대해 노동개혁 물꼬 터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임금체계 개편이다. 이 문제를 논의할 상생임금위원회가 2일 발족됐다. 위원회는 직무급제 확대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 민감하면서도 노동개혁 성패를 가를 중대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으로 일하는 환경과 방식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연공형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게 대다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현실이다. 노동조합의 입김이 센 대기업 정규직일수록 호봉제를 고집하는 곳이 많다.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이나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호봉제 비율이 60%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30년 이상 근속자와 1년 미만 근로자의 임금 차이가 3배에 육박한다. 유럽 각국은 물론 일본에 비해서도 격차가 크다.
연공형 호봉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폐해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 중소기업·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대기업·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호봉제는 '동일 노동과 동일 임금' 원칙을 훼손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호봉제가 적용되는 정규직은 비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훨씬 많은 급여를 받는다. 대기업 정규직 취업은 바늘구멍인데 중소기업들은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호봉제가 야기하는 세대 갈등도 심각한 문제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단지 근속연수가 많다는 이유로 임금을 더 받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보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과거 정부에서도 호봉제를 개편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과 민간기업 직무급제 유도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다. 선진국들 중에 한국처럼 경직된 호봉제를 유지하는 곳은 거의 없다. 우리와 임금체계가 비슷한 일본조차 직무와 역할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바꾸고 있다. 디지털전환으로 근무 방식이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호봉제는 적합하지 않은 제도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직무급제를 확대하는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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