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성과급 희비
에드워드 데시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퍼즐게임 실험을 했다. A그룹에는 게임에 참여한 대가로 상금을 주겠다고 했고, B그룹에는 단지 퍼즐만 갖고 놀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보상을 기대하는 A그룹은 휴식시간이 되자마자 퍼즐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반면 B그룹은 퍼즐에 재미를 느껴 휴식시간에도 퍼즐을 풀려고 했다. 예고된 대가나 보상이 성과를 유도하기보다 되레 자발적 동기만 떨어뜨린 셈이다. 하지만 이 실험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게리 해멀 런던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는 "혁신은 회사가 반드시 보상한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명확히 인지시킬 때 실행된다"고 주장한다. '보상효과'는 이처럼 석학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최근 기업들의 성과급이 화제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사업 부문에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4분기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도 연봉의 41%를 성과급으로 주기로 했고, 사상 최대 실적을 낸 LG에너지솔루션은 기본급의 870%(평균)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CJ올리브영은 상품기획(MD) 부문 직원들에게 연봉의 80~160%를 성과급으로 건넸다. 정유·가스 업계와 금융권도 성과급 잔치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같은 직장이라도 실적 저조로 역대급 상여금을 못 받은 부서나 건설 등 실적 악화로 고전한 업계 직원들은 얇아진 봉투에 울상이다.
기업이 수익을 높이려고 헌신한 직원들에게 통 큰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구성원 성장은 기업 성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까지 코로나19와 고금리·고물가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급여조차 온전히 못 받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나 생계가 막막한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하다. 난방비 폭탄에 '냉골'에서 밤을 지새우는 취약계층도 적지 않다. 일부 기업의 성과급 잔치는 이들에게 그저 딴 세상 얘기일 뿐이다. 상대적 박탈감도 클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주변을 좀 더 살피는 배려가 아쉽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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