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尹心 아닌 民心

이진명 기자(lee.jinmyung@mk.co.kr) 2023. 2. 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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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 업은 당권주자 김기현
대세 굳어지나 했더니 흔들
민심 아닌 윤심만 좇은 탓
커지는 권력 견제받기 마련
윤심 아닌 민심 잡는 쪽이 勝

어대현. 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라는 뜻이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순식간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지도 부족, 여론조사 오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반감, 과도한 네거티브….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지지율이 출렁이는 이유를 놓고 온갖 추측과 해석이 난무한다. 하지만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윤심'은 얻었지만 '민심'을 못 얻어서다.

작년 말 김 의원의 당대표 지지율은 10%가 안됐다.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에 한참 못 미쳤다. 그랬던 김 의원을 유력 당권주자로 끌어올린 건 윤심 마케팅이 결정적이었다. 새해 벽두에 김 의원이 꺼내든 카드는 '김장연대'였다. 윤핵관 중에서도 최고 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았다. 친윤 의원들이 집결하는 신년인사회마다 김 의원이 중심에 섰다. 여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기현을 선택했다고 믿었다. 때마침 또 다른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윤심=김기현' 공식은 더욱 확고해졌다. 김 의원 지지율은 안 의원을 꺾고 줄곧 상승해 30% 선을 넘어섰다.

이쯤 되면 김 의원으로서는 윤심 마케팅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윤심'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윤심 너머의 민심은 쉽사리 김기현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 안팎이다. 김 의원 지지율은 윤 대통령 지지율을 훌쩍 넘어서지 못했다. 윤심 마케팅은 오히려 김 의원을 윤심의 한계 속에 가둬버렸다. 그사이 안 의원이 다시 역전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달을 보라고 했더니, 달은 안 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본다는 말이 있다. 김 의원으로서는 민심을 보랬더니 민심을 향한 윤심만 쳐다본 셈이었다. 윤심이 곧 민심일 때는 상관없지만 윤심과 민심이 어긋나면 헛다리 짚은 게 된다.

민심은 정답이 없다. 그리고 변덕스럽다. 한쪽을 지지했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세 돌아선다. 그래서 어렵다. 하지만 뚜렷한 속성이 하나 있다. 권력에 대한 견제다. 민심이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국회에서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휘두르는 야당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야당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힘을 못 쓰고 있다. 그 와중에 친윤그룹이 내 편을 당대표로 세우기 위해 전당대회 룰을 당원 100%로 바꾸고, 당대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나 전 의원을 주저앉히는 등 힘을 과시했다. 이러한 과정을 보며 민심은 친윤을 견제하려는 쪽으로 돌아섰다. 친윤그룹이 과도하게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넋 놓고 지켜보지 않겠다는 심리다.

돌아선 민심은 윤심에 복종하는 당대표가 아니라 윤심에 맞서 바른말 하는 대표를 원한다. 최고 권력에 대한 견제는 삼권분립과 여야 관계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당정 관계를 통해서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윤심 마케팅으로 득을 본 김 의원이 대표가 되면 윤심에 바른말을 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역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윤심과 거리를 뒀던 안 의원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나 전 의원에 이어 유승민 전 의원까지 불출마를 선언하자 이들을 지지하던 표심이 다른 유력 후보인 안 의원에게로 이동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기존에 김 의원을 지지하던 표심마저 일부 안 의원에게로 넘어간 것은 친윤에 힘을 실어주던 민심이 친윤을 견제하는 민심으로 돌아선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런 때에 다급해진 친윤 의원들이 안철수를 비판하고 김기현으로 결집하는 것은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민심 다르고 당심 다르다고 하지만 그런 선거공학적 수사에 현혹돼서도 안된다.

아직 전당대회는 한 달 이상 남았다. 이제부터 진검승부다. 윤심 아니라 민심을 얻는 자가 국민의힘 당대표가 된다.

[이진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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