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디어 정책 '규제'에서 '진흥'으로

2023. 2. 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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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에 공개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K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후 '더글로리' '카지노' 등의 흥행 작품들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 등 국내 방송 채널을 통해 방영되었던 드라마들도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지가 인기의 척도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 콘텐츠와 미국 플랫폼이 결합하는 방식은 이제 국내 미디어 시장의 가장 확실한 성공 방정식이 되어버렸다.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제작비를 투자한 대가로 지식재산권을 확보해 수익의 대부분을 챙겨가고 있지만, 국내 콘텐츠 시장은 제작비의 급상승과 투자 과잉으로 인한 수익 불확실성 등 '오징어 게임 성공의 저주'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국의 방송산업을 선도해온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TV나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가입자 이탈과 최근의 경기 불황에 따른 광고 수입 감소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국내 방송산업 생태계는 수년 내로 도미노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이를 극복할 범정부 차원의 진흥정책이나 관련 법안 개편과 제정 등 대책 마련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미디어 관련 컨트롤타워로서의 대통령실 역할 강화다. 현재의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정부 부처의 전면 개편이 불가능하다. 방통위, 과기부, 문화부 등에서 맡고 있는 중복된 업무라도 조정해야 효율성을 높이고, 위기 상황을 극복할 미디어 정책안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이중 규제나 규제 공백 등 지난 정부의 정책적 난맥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둘째, 좀 더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규제 중심에서 진흥 중심으로의 정책적 전환을 실천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규제 완화' 기조에 근거하여 그동안 방송의 재허가·재승인 기간 조정 등 몇 가지 가시적인 개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소유 규제부터 편성 규제에 이르기까지 각종 규제를 받아왔던 위기의 국내 사업자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도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자들과 경쟁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정책적 역차별마저 당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국내 사업자들의 소외감을 해소시켜 이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종편 채널인 MBN의 업무정지 문제처럼 방송시장을 위축하고 구성원들의 고용 문제를 흔들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셋째, 방송의 과감한 민영화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현재 KBS나 EBS, MBC 같은 공영방송에서부터 아리랑TV, KTV, 교통방송, 공영 홈쇼핑채널 등 국민의 세금이나 면허에 의존하는 방송사가 과도하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 폐지를 구체화하는 등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맞설 경쟁력 강화를 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미디어 산업 변화를 주시하고 국민의 혈세를 줄임과 동시에 경쟁을 활성화시킬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KBS, EBS 외 다른 방송국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여러 난관이 있겠지만 결단이 필요하다. 2023년이 미디어산업의 새로운 르네상스 원년이 되길 기원해본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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