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시위 멈춰달라” VS “약속부터 지켜야”…오세훈-전장연 또 평행선

박나영 기자 2023. 2. 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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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30분 서울시청서 단독 면담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2월2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간에 어렵사리 성사된 면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면담 직전까지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양측은 협상테이블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 시장은 지하철 시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전장연은 서울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탓에 시위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과 전장연은 이날 오후 3시30분 서울시청 본관 8층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오 시장은 이날 전장연에 "지하철을 84번이나 운행 지연시키며 철도안전법을 위반한 중범죄"라며 "지하철 지연 시위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점차 전장연의 시위 형태를 보면서 시민들의 평가가 점차 부정적으로 변해 간다는 것도 느낄 것"이라며 "서울시민들이 입는 피해가 정말 이제는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장연은 굉장한 '강자'가 됐다"며 "경찰도 박 대표를 비롯한 전장연 시위하는 분들을 제대로 처벌 못 했다. 이 정도 사회적 강자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의 시위를 통해서 무엇을 필요로 하시는지,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시는지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극단적인 형태의 시위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난해 9호선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죽은 것은 서울시의 관리 책임이므로 사과해달라고 했는데 실현이 안 됐다"며 "국가가 장애인의 죽음을 너무나 하찮게 여긴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하철 이동권뿐만 아니라 저상버스 도입, 시외 이동버스 등 서울은 그나마 잘 돼있지만 지역간 문제는 매우 불평등하다"며 "기재부가 책임있게 예산을 배정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국가의 의무임을 강조했다. 

전장연이 시민들을 볼모로 잡았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박 대표는 "시민들을 볼모로 잡았다고 하는 주장은 의도적인 갈라치기이고,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1년도 12월3일, 세계 장애인의 날부터 지금까지 출근길에 지하철을 탔다"면서 "2004년 이명박 시장께서 모든 지하철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에도 서울시가 모든 지하철 역사에 1역사 1리프트 100% 하겠다는 약속을 문건으로 하고 선언도 했는데, 지켜지지 않아 시위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혜화역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표는 또 오 시장이 전날 장애인 거주시설을 방문한 것에 대해 "시설 수용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관행"이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가이드라인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이 앞서 '전장연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박 대표는 "기본적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22년을 외쳤다"며 "저희가 약자인지, 강자인지 이분법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 진짜 강자인 기획재정부에 요청해달라"고 호소했다.

시는 전장연이 지난달 4일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한 이후 일정 조율을 위해 9일부터 18일까지 7차례에 걸쳐 협의를 이어왔다. 논의 과정에서 시는 19일 다른 장애인 단체와의 합동 면담을 제안했지만 전장연이 단독 면담을 고수하면서 설 연휴 전 만남은 불발됐다. 이에 전장연은 예고한 대로 지난달 20일부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다시 시작했고, 3월 말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기도 했다. 결국 시가 한발 뒤로 물러서 단독면담에 응하기로 하면서 양측 간 만남이 성사됐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양측은 장외설전을 이어갔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장연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하철 운행이 지연돼 불가역적인 손실을 보는 시민들이 약자다"라고 말하면서 불을 지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전장연에 요청할 것은 더 이상 지하철 지연을 수반하는 형태의 시위를 용인할 수 없으니 앞으로는 자제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즉각 "우리가 사회적 강자냐"라고 되물으며 오 시장의 발언에 대해 "'시민과 장애인', '장애인과 장애인'을 갈라 치며 전쟁을 앞둔 권력자의 모습"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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