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형변경 기술로 바이오 새 시장 열겠다"
"현재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한꺼번에 6~7개 제품이 나오는 '레드오션'입니다. 알테오젠이 지난해 말 산도스에 히알루로니다아제(ALT-B4)를 활용한 제형변경 플랫폼을 기술수출한 건 이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해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매일경제와 만나 지난해 12월 산도스와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이 갖는 의의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알테오젠은 작년 말 글로벌 빅파마 노바티스의 바이오시밀러 부문을 담당하는 산도스와 총 1839억원(로열티 별도)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알테오젠의 제형변경 플랫폼 '하이브로자임'을 기술수출한 네 번째 사례다.
하이브로자임은 알테오젠이 개발한 ALT-B4를 활용해 정맥주사제형(IV)을 피하주사제형(SC)으로 바꿔주는 플랫폼이다. 일반적으로 피하조직에는 '히알루론산'이란 다당류와 단백질이 얽혀 있어 약물이 전달되기 쉽지 않다. ALT-B4는 히알루론산을 녹여 피부 아래에 작은 통로를 만들고 약물이 혈관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박 대표는 "신물질인 ALT-B4를 보유하고 있어 이와 관련해 산도스와 독점계약을 체결했다"며 "앞으로도 SC바이오시밀러는 알테오젠 플랫폼을 활용한 하나의 품목밖에 나올 수가 없고, SC의 경우 가격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은 확장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SC바이오시밀러가 중요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SC는 투약하는 데 3시간 이상 걸리는 IV에 비해 5분이면 투약을 마칠 수 있다. 또 환자들이 투약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부작용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현재 제형변경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건 전 세계에서 알테오젠과 할로자임뿐이다.
알테오젠은 앞서 2019년부터 매년 하이브로자임을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중 한 파트너사의 면역항암제 SC제형은 이달 중순 임상3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알테오젠은 올해 1분기에도 추가적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사는 기술수출 계약금과 마일스톤으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에 대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일리아는 황반변성 치료제로 2025년 유럽에서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박 대표는 "미국보다 유럽에서 먼저 출시할 계획인데, 알테오젠만의 제형으로 출시되는 ALT-L9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긴 유효기간(3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테오젠은 이달 말까지 임상3상 시행을 위한 환자 모집을 완료할 계획이다. 당초 목표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벤처로서는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직접 뛰어든 이유는 뭘까. 언제까지 연구개발(R&D) 회사로만 남을 수는 없다는 박 대표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는 "바이오벤처는 언젠가는 독자적인 제품을 보유한 글로벌 바이오 회사가 돼야 한다"며 "신물질인 ALT-B4와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ALT-L9을 시작으로 다른 신약까지 개발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알테오젠의 흑자 전환 예상 시점을 2025년으로 잡았다.
알테오젠은 하이브로자임뿐 아니라 '넥스맙'이란 플랫폼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넥스맙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 플랫폼이다. ADC는 항체와 약물을 접합시켜 암세포 내에서만 약물이 방출돼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항암제를 말한다. 박 대표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정도에 ALT-B4와 ALT-L9이 본궤도에 올라가면 내년 정도에는 '넥스맙'에도 힘을 쏟을 여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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