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가 약탈한 불상, 일본에 다시 줘야 한다?

입력 2023. 2. 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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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원, 불상 취득시효 지났다며 일본 소유권 인정…부석사 반발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지난 2017년 일본에 있다가 절도범에 의해 국내에 반입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일본 측이 반환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사법부 판결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보면서 대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1일 대전 고등법원 민사1부(박선준 부장판사)는 서산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유체동산에 속하는 불상의 인도 청구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청구를 기각하며 해당 불상을 일본에 인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1330년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당시 이름)에 있는 부석사가 이 사건 불상을 제작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할 수 있으며, 왜구가 약탈해 불법 반출했다고 볼만한 증거도 있다"면서도 "당시 부석사가 현재의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라는 입증이 되지 않아 소유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불상의 취득시효인 20년이 지났다며 일본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1527년 조선에서 불상을 양도받았다는 일본 간논지(觀音寺) 측 주장 역시 확인하기 어려우나 1953년부터 불상이 도난당하기 전인 2012년까지 6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민사소송은 단지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할 뿐이며, 최종적으로 문화재 반환 문제는 유네스코 협약이나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일본과 외교적 협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2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사법절차에 따라 결정된 사항으로 사법부 판단에 행정부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일본 측은 제반 협의 계기에 불상이 조속히 반환돼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당 재판이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적 절차가 끝나야 이후 외교 협의 문제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후 절차를 보면서 추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원고 측은 대법원 상고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고 측 김병구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부석사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제출했고, 서산시에서 지표조사까지 했는데 같은 부석사가 아니라는 재판부의 결론을 인정할 수 없다"며 상고 계획을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해당 불상은 한국인 절도범들이 지난 2012년 10월 일본 간논지에서 훔쳐 국내에 가져왔다.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데, 서산 부석사는 해당 불상이 당시 왜구에게 약탈당한 만큼 원 소유자인 자신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17년 1월 26일 1심 법원은 불상에 명시된 결연문을 근거로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며 원고인 부석사 측의 주장을 인용했다.

그러다 국가를 대신해서 소송을 맡은 검찰은 불상과 결연문의 진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항소심을 제기했고 6년만에 열린 항소심에서 이번과 같은 판결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불상의 조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일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불상이 빠른 시일 내에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간논지를 포함한 관계자와 연락을 취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 내 조성됐던 '반일 흐름'이 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강제동원 배상 소송 등 과거사 사안에 대해 한국 법원이 한일관계의 마찰을 일으키는 판결을 해왔는데 이번에 그런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상고심 결과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일본에 있다가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들어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에 대해 2심 법원이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있는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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