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진 인증샷과 구멍난 양말만 부각된 與 당 대표 선거

민영빈 기자 2023. 2.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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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등록이 오늘부터 시작됐다. 김기현, 안철수 의원 등 일찌감치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졌던 후보들의 말 싸움이 연일 언론 지상을 채우고 있다.

국민들에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불출마’라는 단어가 더욱 익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당원 100% 투표로 대표 선출 방식을 바꾸면서 ‘유승민 전 의원 배제’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면서 이름이 오르내렸던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그다음으로 이슈를 채웠다.

우여곡절 끝에 당 대표 선거는 ‘김기현·안철수’ 양강구도로 굳혀졌지만, 정책과 비전이 논쟁의 중심으로 떠 오른 기억은 여전히 없다. 대신 이번엔 ‘사진’으로 인한 공방만 펼쳐지고 있다.

김기현 의원이 지난달 27일 배구선수 김연경과 가수 남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것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 의원이 페이스북에 쓴 글이 마치 유명인인 김연경, 남진씨가 김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지지하는 듯한 표현을 쓴 탓이다. 이에 김연경과 남진 측 소속사가 지지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거짓말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김 의원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경쟁후보인 윤상현 의원도 남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김 의원을 일갈하려다가 ‘거짓말쟁이 논란’에 함께 휘말리기까지 했다.

안철수 의원도 사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29일 지지자들과의 행사에서 해어진 양말을 신고 있는 모습을 노출 시키면서 ‘구멍난 양말’ 논란이 일어났다. 수천억대 자산가인 안 의원이 구멍난 양말을 신은 사진을 찍어서 서민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김기현 의원 진영에서 쏟아지고 있다. 의도된 연출 사진으로 대중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까지 이런 수준의 논쟁이 이어진 것은 주자들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내게 있다’는 것 말고는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관저에서 식사 회동을 했느냐 못했느냐 이런 이슈로 싸움을 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 측에 줄을 서고 있는 박수영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전에 안철수 의원하고 관저 초청해서 밥 먹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공격을 했다. 집권 여당의 정치를 밥 자리 친목모임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금까지도 김 의원과 안 의원은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니, ‘김찍장(김기현 찍으면 장제원 된다)’이니 하는 유치한 말장난을 못 벗어나고 있다. 급기야는 김장연대의 한 축인 장제원 의원이 “차기 당 지도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당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자신이 사무총장 자리를 챙길 것이라는 당 안팎의 시각을 불식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당원 투표 100%로 뽑히는 당 대표라고 할지라도 집권 여당을 이끌 새로운 수장의 탄생엔 국민적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눈살만 찌푸려지는 상황만 있으니 국민적 피로도는 더욱 커진다. 더구나 이번 국민의힘 당 지도부 선출은 단순히 한 정당의 대표들을 구성했다는 의미 이상이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회 의석 수 확보를 위한 2024년 4월 총선거 전략도 제대로 세워야 한다. 특히 내년 총선 전까지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 각종 개혁안이나 민생·경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게 집권 여당 대표와 지도부가 할 일이다.

적어도 후보 등록을 했다면 출마 선언 이후의 행보와는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각종 논란과 논쟁으로 서로 신경전을 벌일 때가 아니다. ‘김연경·남진 인증샷’ 속 꽃다발의 출처를 놓고 갑론을박하거나 구멍난 양말을 놓고 연출 여부에 대한 진실 공방전을 마냥 지켜볼 만큼 한국 사회가 직면한 상황들이 한가롭지 않다. 후보 등록일인 오늘부터 당 대표 선출까지 약 한 달 정도 남았다. 이제는 집권 여당 대표 후보로서 당 대표가 된다면 그리고자 하는 정책과 비전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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