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必)환경 시대, 탄소중립과 스포츠 단체의 역할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조절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내걸며, 전 분야를 넘어 사람이 사는 모든 부분에 있어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린 뉴딜 정책’ 수립과 더불어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며 2050년까지 전 사업 분야에 걸쳐 탄소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정책에 대한 영향은 스포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의 스포츠사회학자이자 기자인 데이비드 골드블랫(David Goldblatt)은 2020년 ‘글로벌 스포츠, 기후 긴급성 및 급격한 변화 사례’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상황들이 스포츠에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했다. 보고서에서는 현재의 기후변화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을 개최하였던 19군데의 도시 중, 2050년쯤에는 10군데만 재개최가 가능할 것이고, 이마저도 2080년경이면 6군데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서 선수들의 기권과 탈수 등의 사례를 들며, 지구촌 최대의 축제이자 스포츠의 심장인 올림픽이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스포츠인 축구의 경우 해수면이 낮은 곳에 위치한 유럽의 축구장들이 매년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해양스포츠는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수온 변화로 인해 대회 개최 및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볼 때 이제는 스포츠도 ‘친환경’ 시대를 넘어 ‘필(必)환경’ 시대가 왔다고 봐야 한다. 이제 환경문제는 단순히 대회를 개최하는 단체뿐만 아니라 스포츠의 기본 구성원인 팬들을 포함한 대중에게까지도 공동책임이 부여되는 상황이다.
본 기고에서는 지속가능한 스포츠를 만들기 위해 탄소중립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탄소중립(Net-Zero)이란?
우선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등), 제거(CCUS)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Zero)이 되는 개념이다. 즉 배출되는 탄소량과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이 0이 되게 하는 것으로, 이에 탄소중립을 ‘넷-제로(Net-Zero)’라 부른다. 쉽게 이야기해 탄소중립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환경운동을 말한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UNFCCC)이 마련되었고, 1993년 우리나라는 세계 47번째로 협약에 가입했다. 또한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정’이 채택되었고, 우리나라 또한 2016년 11월 파리협정을 비준하였다.
우리들의 스포츠가 위협받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동아시아 활동가 디나 가드너(Dinah Gardner)는 “도쿄올림픽은 ‘기후위기’를 생중계 중”이라 하며, 2020 도쿄하계올림픽의 폭염 위협에 대해 알렸다. 2020 도쿄하계올림픽은 역대 개최된 올림픽 중 가장 평균 기온이 높았던 올림픽으로,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극한의 폭염으로 쓰러지고 기절하는 모습 이 경기장 곳곳에서 포착되기도 하였다.
해양스포츠는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수온 변화로 인해 대회 개최 및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고, 동계스포츠는 눈이 오지 않아 대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마저도 인공눈으로 경기장을 조성해서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눈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은 또 다른 환경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로스포츠를 포함한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미세먼지나 폭염 단계에 따라 경기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만들어지는 등 환경악화에 따른 위협에 대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스포츠계에서 또한 “환경”에 대한 고민이 1순위가 되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계절에 따라 때가 되면 생기는 현상으로 여겼던 미세먼지와 황사의 습격이나 이상 고온·기후 현상은 스포츠 지속을 방해하고, 대회·리그·팀·선수·관계자 등 여러 스포츠이해관계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환경과 상관없이 지속할 것 같던 우리들의 스포츠가 위협받고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스포츠 단체의 노력
탄소중립 이슈는 지속가능한 스 포츠를 ‘ 만들 수 있는가? 없는가?’가 관건이다. 쉽게 이야기해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 게임인 것이다. 이러한 생존 게임의 상황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IOC), 국제축구연맹(FIFA) 등이 나서서 UN과 함께 2018년 ‘UN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UN Sports for Climate Action Framework)’ 프로그램을 발표하였다. 프로그램 주요 내용은 ‘UN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은 지금까지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반환경적 요인들을 줄이거나 없애자는 일종의 가이드라 할 수 있다. 최종 목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고, 2030년부터 탄소중립을 준수하지 않는 스포츠 이벤트는 취소 또는 연기되며, 스포츠 이벤트에 참여하는 후원기업과 방송중계권자에게도 동일한 기준이 요구된다. 또한 탄소배출의 원천인 화석연료를 판매하거나 이용하는 기업(자동차, 항공사, 정유사 등)은 후원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영국 축구의 명가이자,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경기장 조명을 LED로 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 금지, 경기장 구조와 기능의 재생 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성 정책 등을 기본으로 팬들에게도 무료 셔틀버스나 자전거 이용을 유도하였고, 판매되는 모든 메뉴는 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한 식재료만 이용하도록 했다. 또한 생태 서식지를 만들기 위해서 훈련 센터 옆에 1만 그루가 넘는 식물과 꽃들을 심기도 하였다. 아스날의 경우 선수들에게 나무심기 활동에 적극 독려하며, 훈련장 근처에 약 29,000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재사용 컵을 판매하면서 한 시즌 당 약 50만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절감했다고 한다.
BBC Sports는 2019년부터 국제연합(United Nations/UN)이 후원하는 Sport Positive Summit와 함께 EPL 20개 구단의 환경 보호 및 기후 변화 대응의 지속가능성 경영을 발표하였다. 또한 8개 항목(클린 에너지, 에너지 효율성, 일회용 플라스틱 감면, 쓰레기 및 물 관리, 저탄소 기반 음식 등)을 중심으로 각 구단의 평가 결과 및 순위를 공표하였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친환경 또는 기후변화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한당구연맹에서는 2022년 3월에 국내 스포츠 조직으로서는 최초로 유엔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UNSCAF)에 가입하여 국제연합 후원의 ‘Race to Zero’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음 경기를 대기하는 선수들의 차량 공회전 방지 대책을 위해 2014년부터 모든 대회에서 전자식 스코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각 경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KBF NOW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참가자들의 편리성을 높였다. 그 결과, 모든 경기가 시스템으로 운영되니 자연스럽게 종이가 없어졌으며, 참가자들은 KBF NOW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본인의 경기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서 자연스레 주차장 내 공회전 또한 현저히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아울러 대한당구연맹에서는 아이쿱생협과 협약하여 대회 시 친환경 종이팩 생수를 제공하며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연간 7~8개 대회에서 사용되던 약 15,000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사라졌다.
대한당구연맹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종합하여 ‘3NO(NO PLASTIC, NO PAPER, NO IDLING)’ 캠페인을 통해 참가자들의 탄소중립을 위한 인식 전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지난해 ‘K리그 그린킥오프’ 실행방안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K리그가 최초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관련 탄소배출량 평가 실시, 경기장 내 일회용품 감소, 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친환경 캠페인 확대 등의 목표를 발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환경정책 관련 ‘KBO Safe’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배구연맹(KOVO)은 2021년부터 환경부 주관의 친환경 캠페인 ‘고고챌린지’에 동참하여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必)환경 시대, 우리 스포츠 단체가 해야 할 역할
스포츠는 인류의 역사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고 자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에 스포츠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직접적인 탄소 배출량 저감효과와 더불어 스포츠계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 커 탄소중립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체육학대사전에서는 스포츠의 어원을 ‘Carry away’ 즉 ‘일상에 지쳤을 때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무엇인가 하는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포츠의 기능도 인류가 존재하고 사회체계가 무너지지 않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엄밀히 말해 스포츠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의식주와 같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기초적인 삶이 무너졌을 때 스포츠가 처한 현실은 매우 참혹하고 가혹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스포츠계의 기후 리더십은 생존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당구 대회에 처음으로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때와 유엔기후행동협정(UNSCAF)에 가입할 때도 이것을 왜 하는지에 대해 의문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대회라는 서비스를 참가자들한테 제공할 때 여러 환경적인 요소들을 지속해서 피력했고, 8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무의식적으로라도 인식하게 되었다.
변화는 항시 작은 시작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플라스틱 줄이기, 주차장 내 공회전 억제, 친환경 기념품 제작 등등 작다고 생각한 노력들이 모여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필(必)환경 시대의 탄소중립은 우리 스포츠가 관심 갖기 시작하는 지금부터가 중요하고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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