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서부터 흔들리는 민주당의 강경투쟁 노선···의원들 반발에 ‘이상민 탄핵 추진’ 결론 못 내려

김윤나영·탁지영·신주영 기자 2023. 2. 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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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 검찰 수사에 맞서 대정부 강경투쟁 노선을 강화하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민주당은 2일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 특별검사제(특검)를 도입하고,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으려 했지만 의원들 반발로 무산됐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장관 탄핵소추안 당론 발의 여부 등을 논의했다. 원내지도부는 오는 6일 예정된 본회의 전에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오는 3일 당론 발의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총에서는 이 장관 탄핵소추안 당론 추진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한 의원은 “탄핵을 추진했다가는 다수당의 독주 프레임에 걸려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른 의원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이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면 리스크가 커진다”며 “차라리 탄핵 대신 이태원 참사 책임자를 처벌할 특검으로 가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결국 이날 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 추진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 원내지도부는 의총 말미에 당론을 표결이 아닌 박수로 추인하려다가 일부 의원의 항의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의원들이 김 여사 특검과 이 장관 탄핵에 대해 지도부에 일임해주셨다”며 “더 많은 의원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원내지도부는 3일 국회에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이 장관 탄핵소추안 당론 발의 여부를 재논의한다.

민주당은 이 장관 파면과 김 여사 특검 도입을 앞세워 대정부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강경파 의원모임 ‘처럼회’를 주축으로 한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이날 국회에서 무기한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에 맞서 강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며 “광야로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여사 특검 도입과 이 장관 파면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농성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의원들과 함께 “이상민을 파면하라” “김건희 특검 수용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농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오는 4일 오후 4시 서울 숭례문 인근 광장에서 장외투쟁 성격의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공포정치를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켜내겠다”며 “민주주의의 파란 물결에 동참해달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수도권 의원들에게 100명씩, 원외 지역위원장에게는 50명씩의 집회 참석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 참석자 명단을 요구받은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와 강경파는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이 장관의 유임이 윤석열 정부의 약한 고리라고 보고 이를 장외투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김 여사 특검과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해도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농성장에서 “내부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3분의 2가량이 김 여사 특검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2월 국회에서 매듭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출석을 앞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맞불 차원의 대응책으로도 해석된다.

장외투쟁 시점과 의제을 두고 당내에선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의총에서 “당의 목표는 총선 승리여야 하는데 장외 집회를 하면 ‘총선 승리’가 아닌 ‘정신 승리’”라며 “왜 민주당이 황교안과 나경원이 걸었던 폭망의 길을 가려 하나”라고 비판했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2019년 태극기 집회에 갔다가 2020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패배한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의총에서는 당이 장외 집회 참석자를 의원들에게 할당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반발도 나왔다. 국회 농성에 동조한 의원도 55명에 그쳤다. 민주당 의원 169명 중 다수가 강경대응에 동조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유승찬 정치평론가는 “프레임 싸움을 할 때는 현실보다 대중의 인식이 중요한데 대중이 지금 ‘검찰독재’ 상황이라고 느끼는지 의문”이라며 “지금의 투쟁 방식은 강성 지지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이고 중도층을 돌아오게 하려면 민주당이 지키려 했던 서민과 중산층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복원해서 신뢰를 회복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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