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퍼서 다행?…소규모 은행 노린 범죄, 막으려면?
■ "어설퍼서 다행이야" 충남 은행강도들
모자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은행에 들이닥칩니다. 흉기로 위협해 직원들을 한쪽으로 몰아세웁니다. 남성은 직원을 시켜 가방에 돈을 담게 해 모두 3천여만 원을 챙겨 달아났습니다. 어제(1일) 오전 충남 공주의 한 단위농협에서 벌어진 은행강도 사건입니다.
남성의 도주는 10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붙잡혔습니다. 은행 직원들이 달아나는 남성을 적극적으로 저지한 덕분이었습니다. 영상을 보면 돈을 챙겨 도주하던 남성을 쫓아온 직원이 밀칩니다. 남성은 오토바이를 탄 채 고꾸라집니다. 다시 도주하지만, 갈팡질팡 운전하다 또 넘어집니다. 도로 위 안전 고깔로 직원들에게 얻어맞기도 합니다.
붙잡힌 강도는 40대 남성이었습니다. 한 직원은 이 남성이 은행강도라기에는 "어딘가 어설펐다"고 말했습니다.
'어딘가 어설펐던' 은행강도는 또 있습니다. 2018년 충남 당진의 한 단위농협에도 50대 여성 강도가 든 적 있습니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가 특이했습니다. 못을 쏘는 총 전동 타정기로 직원들을 위협했습니다. 2천여만 원을 챙겨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도주가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이 강도가 탄 차를 막아서며 대치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도망은 갔지만 강도는 인근 야산에서 3시간 만에 자수했습니다.
두 사건에서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은행강도 사건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해 21년 만에 새 용의자가 붙잡힌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에서는 이름부터 알 수 있듯 은행 직원이 숨졌고, 용의자들이 범행에 사용할 총을 뺏으려다 경찰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앞선 두 사건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소규모 금융기관' 강도 표적…청원경찰 배치 의무 없어
잇따라 강도가 든 은행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규모 금융기관으로 청원경찰 등 경비 인력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단위 농협과 새마을금고 같은 소규모 금융기관에는 경비 인력 고용 의무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범죄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소규모 금융기관에 경비 인력 고용 의무까지 있으면 그만큼 고객에게 돌아가는 금융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금 운용 규모가 크지 않은데 인건비까지 나가면 부담스럽다는 얘깁니다.
결국, 소규모 금융기관은 자체 경비 인력 대신 사설 경비업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은행강도 사건은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앞서 당진 은행강도 사건의 경우도 강도가 은행에서 돈을 챙겨 나가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경비업체가 출동하기 전에 일이 벌어집니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금융기관의 위치 문제도 지적합니다. 이도선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도심 외곽과 농촌 등 인구밀집도가 낮은 곳에 있는 소규모 금융기관은 통행량이 적은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자연적 감시(Natural Surveillance)기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보는 눈이 적어 더 위험하다는 얘깁니다. 이 교수는 가장 본질적 대안은 "청원경찰 배치 의무화와 관련 보안 시설 강화"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실제 의무화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지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경찰 순찰을 강화하고 지역주민이 은행에 많이 머무르게 만드는 등 은행을 향한 '시선'을 늘리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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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현 기자 (b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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