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너도나도 뛰어든 변호사비 '특약'…1위 삼성화재가 '주저'하는 이유

조슬기 기자 2023. 2. 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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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 비용, 벌금 등을 보장하는 보험을 운전자보험이라고 부르죠. 사실상 포화 상태인 자동차보험에 비해 잠재 고객이 많고 어린이 보호구역 내 통행 속도를 제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 이후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여서 운전자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높아졌습니다. 

민식이법 시행 전후로 손해보험사들간에 펼쳐졌던 운전자보험 출혈 경쟁이 최근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출혈 경쟁의 신호탄은 DB손해보험이 의도치 않게 쏘아 올렸습니다. 기존 운전자보험에 경찰조사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운전자보험 특약(특별약관)을 지난해 10월 업계에서 처음 출시한 게 도화선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운전자보험은 경찰조사를 마치고 정식 기소 상태나 재판 혹은 구속됐을 때만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장했는데, 경찰조사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급하도록 DB손보가 특약을 통해 보장을 넓힌 겁니다. 당시 DB손보는 이 상품 특약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손해보험협회 신상품 심의위원회로부터 3개월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얻었습니다. 

업계 최초로 변호사 선임비 특약을 넣은 DB손보의 운전자보험 상품은 출시 한 달 만에 신규 가입자가 70% 가까이 늘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요. 업계에서는 교통사고가 난 뒤 처음 경찰조사를 받는 운전자들은 대체로 무섭기도 하고 걱정되는 감정을 많이 느끼는데, 이 부분을 DB손보가 잘 파고들었다(?)고 평가합니다. 
 

당장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싶지만 기존 운전자보험으로는 자신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고 발생 이후 경찰조사 때부터 보호받고 싶어도 구속되거나 검찰에 의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나 약식기소 후 재판이 진행된 경우가 아니면 변호사 비용을 보장받을 수 없어서입니다. 또 변호사 선임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클까 봐 주저하는 운전자들이 꽤 많다는 점에서 보장 범위를 넓힌 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습니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배타적 사용권 기한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는데요. 결국 지난달 27일 배타적 사용권 기간이 만료되면서 다른 손보사들도 해당 특약을 속속 탑재한 운전자보험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교통사고를 냈더라도 변호사의 도움을 잘 받아 경찰조사에 임할 경우, 검찰에 송치되지 않고도 사건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기존 5천만 원 선이던 보장 한도 역시 7천만 원, 최대 1억 원까지 올린 곳도 생겨났습니다. 

변호사 선임 비용 보장 강화 움직임이 출혈 경쟁 양상을 나타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보장 금액 강화를 통해 타사보다 유리한 조건의 특약을 내걸어야 하는 만큼 향후 보험금 청구가 남발될 경우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손·발가락 관절 염좌, 단순 타박상 등 단순 경상사고 피해까지 가입자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방식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고, 보험 가입자와 변호사가 이렇게 타낸 보험금을 나눠 갖는 보험사기 우려도 나옵니다. 또 보험 가입자가 선임한 변호사가 발행한 세금을 기준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를 감안하면 과다 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손보 업계 1위 삼성화재를 포함한 일부 손보사들 사이에서는 상품 출시를 망설이는 모습도 감지되는데요. 보장 금액을 높여가며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자칫 손해율만 올라갈 수 있어서입니다. 운전자보험 가입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특약이 생기는 건 반길 일이지만, 출혈 경쟁을 하면서까지 뛰어들 정도는 아니란 겁니다.

금융당국도 해당 특약의 과열 양상을 지켜보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상품 출시 경쟁에 그치고 있지만, 손해율 급증이나 보험사기로 이어질 여지도 있는 만큼 각 보험사가 감당 가능한 선을 넘을 경우 어떻게든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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