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영화 ‘영웅’

최재민(외부기고자) 입력 2023. 2. 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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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담은 라이브의 감동

투사의 생애를 담은 무겁고 딱딱한 영화일 거라는 편견과는 달리, 배우들의 라이브를 그대로 담은 영화는 뮤지컬의 장점과, 긴 호흡, 입체적인 배경 등 스크린의 장점을 결합시켰다. 김고은과 정성화의 라이브와 감정 연기가 돋보인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영웅’ 스틸컷(사진 CJ E&M, JK필름)


영화는 흰 눈이 쌓인 자작나무 숲에서 안중근과 동지들이 구국 투쟁을 맹세하며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 장면으로 시작된다.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3년 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한다는 맹세를 한 대한제국 의병대장 ‘안중근’(정성화)은 오랜 동지 ‘우덕순’(조재윤), 명사수 ‘조도선’(배정남), 독립군 막내 ‘유동하’(이현우) 등과 함께 거사를 준비한다. 한편 궁녀로서 민비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목숨을 걸고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한 독립군 정보원 ‘설희’(김고은)는 이토가 곧 러시아와의 회담을 위해 하얼빈을 찾는다는 첩보를 이들에게 전한다.

영화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를 그린 뮤지컬 영화로,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 흥행을 기록한 윤제균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다. 2009년 초연한 동명의 창작 뮤지컬을 영화화한 것으로, 기존 한국영화에서 시도된 바 없는, 촬영 현장에서 직접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채택했다. 덕분에 스튜디오 녹음이 불가피한 분량을 제외하고 무려 영화의 70%가 현장에서 녹음된 라이브 가창 버전으로 담겼다. 이를 위해 작은 생활 소음 하나도 차단하며 현장 녹음을 진행했으며, 라이브를 위해 배우들이 착용했던 인이어(In-Ear)와 마이크를 지우기 위한 CG 작업도 오래 거쳤다. ‘누가 죄인인가’, ‘십자가 앞에서’ 등 오리지널 넘버의 50%를 극장 환경에 맞게끔 재편곡했으며, 오직 영화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넘버도 추가했다.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발음, 발성 등의 혹독한 보컬 트레이닝을 거친 배우들은 영화 속 모든 넘버를 직접 불렀으며, 독창 신도 거의 롱테이크로 소화했다. 덕분에 2009년 뮤지컬 ‘영웅’의 초연부터 14년 동안 ‘안중근’ 역을 맡은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와 그간 방송에서 노래실력을 뽐내온 김고은의 폭발하는 가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법정에서 일제의 15가지 죄목을 나열하는 ‘누가 죄인인가’, 13번이나 촬영했다는 ‘장부가’ 등 떨림과 고뇌가 있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오리지널 넘버들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정성화의 열창을 극장 사운드로 듣는 맛이 있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을 맡은 나문희 배우가 편지와 수의를 통해 떳떳하게 죽을 것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극장 안이 오열로 가득 찬다. 노래 실력보다, 절제하는 표현력, 감정이 더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안중근’의 오랜 독립군 동지 ‘우덕순’ 역의 조재윤, 독립군 최고의 명사수 ‘조도선’ 역의 배정남은 노래에 도전하는 변신을 꾀했고, 독립군의 막내 ‘유동하’로 분한 이현우, 많은 예능을 통해 노래 솜씨를 선보인 박진주는 조력자 ‘마진주’ 역으로 생각지 못한 케미를 형성한다. ‘테러리스트가 아닌, 대한제국 독립군 대장’이라 포효하는 안중근의 법정 장면과 함께 거사 당일 광장으로 많은 조선인들이 밀집하는 군중 합창은 가장 파워풀한 넘버들이다. 음악과 잘 맞지 않는 믹싱, 뮤지컬 문법이라면 문제 없었을 컷 편집, 독립군 동지들 사이 갑자기 등장하는 유머 코드는 집중력을 방해한다. 블라디보스톡 시가지 건물 지붕 위에서 벌어진 스펙타클한 추격신 역시 첩보극 같은 스타일로, ‘안중근 버전 본 시리즈’ 같은 느낌을 준다. 러닝타임 120분.

글 최재민 사진 CJ E&M, JK필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5호 (23.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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