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성능 고의 저하" 韓소비자 6만명 1심 패소…"증거 없어"(종합)

김근욱 기자 2023. 2. 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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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휴대전화 판매를 위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내 소비자 6만여명이 애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아이폰 고의 성능저하 논란은 애플이 2017년 하반기 구형 아이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서 성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소비자들은 2018년 애플을 상대로 "아이폰 성능 저하에 따른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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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상대 '127억원 소송'…법원 "객관적 증거 없어"
"성능 저하는 휴대폰 꺼짐 막는 것"…애플 주장 수용
서울 도심의 한 애플 판매점 모습. 2021.7.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신형 휴대전화 판매를 위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내 소비자 6만여명이 애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애플에 배상 책임을 물으려면 아이폰 업데이트로 인한 소비자의 불편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 한국 소비자 6만명, 애플 상대 '127억 소송' 패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지숙)는 2일 아이폰 이용자 6만여명이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이폰 고의 성능저하 논란은 애플이 2017년 하반기 구형 아이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서 성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노후화로 인해 전원이 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성능을 저하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소비자들은 신형 아이폰 판매를 위해 구형의 성능을 떨어뜨렸다고 반발했다.

소비자들은 2018년 애플을 상대로 "아이폰 성능 저하에 따른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같은 취지의 소송이 잇달아 제기돼 원고 6만2806명, 청구 배상금 127억여원의 대규모 소송이 됐다.

◇ "아이폰 성능 고의 저하…입증 증거 없어"

재판부는 애플에 배상 책임을 묻기엔 소비자들이 제출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업데이트로 실제 성능이 저하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업데이트로 인해 아이폰이 본래 성능의 40~88% 수준으로 저하됐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IT 제품 평가사이트 확인 결과와 성능 실험 영상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실험들이 어떤 조건과 방법으로 진행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성능이 저하됐다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는 자신의 휴대폰이 멈추는 현상, 터치해도 반응하지 않는 현상, 화면 가로세로 전환 불능 현상 등을 영상으로 찍어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오류들이 업데이트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2017.3.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법원 "전원 꺼지지 않는 게 더 유용할 수도"

재판부는 대신 해당 업데이트가 아이폰의 전원 꺼짐 현상을 막는 목적이었다는 애플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스마트폰이 작동하려면 배터리에서 순간적으로 전력을 가져와야 하는데 배터리가 노화하면 전력이 떨어져 예기치 않게 전원이 꺼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원이 꺼지는 것보다 일부 성능을 제한하더라도 전원이 꺼지지 않게 사용하는 게 사용자에게 더 유용할 수 있다"며 "해당 업데이트가 반드시 손해를 가져온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해당 업데이트는 최고 성능이 필요한 일부 기능만 제한한다"며 "전화, 인터넷검색 등 통상적 사용에서는 별다른 성능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미국·칠레 사례도 근거 아냐"…소비자 측 "항소 검토"

재판부는 미국·칠레 소비자들이 유사 소송에서 배상금을 받은 배경도 설명했다.

애플은 같은 문제로 미국에서도 소송을 당해 2020년 총 1억1300만 달러(1300억원)를 배상하기로 했고 칠레에서도 2021년 총 25억 페소(약 38억원)를 배상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미국과 칠레는 애플과 소비자들이 합의로 소송을 종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간의 집단 소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시간 부담을 줄이고 분쟁을 조기 종료하기 위한 애플의 경영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미국과 칠레에서는 해당 업데이트로 인한 아이폰 성능의 저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두 나라의 재판 결과도 애플의 고의 성능 저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고 직후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는 "승패와 무관하게 집단 소비자 피해 구제에 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및 후속 대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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