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홀로 남아 숨진 아기…엄마에겐 무슨 사연이?

"돈 벌러 갔다 왔는데…나갈 때 보일러는 최대한 높여 놨다" 진술
주거지에서는 도시가스·상수도 요금 등 미납 고지서 발견
전입신고 없이 빌라 살아…행정복지센터, 거주 사실도 몰라
A씨 귀가 후 사망한 아들 발견하고도 1시간 30분 지나서 신고

2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엄마 A(24·여)씨와 숨진 아들 B(2)군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현관 앞에 유모차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한겨울에 2살 아들을 사흘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20대 엄마가 생계를 위해 돈을 벌러 나갔다가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가정의 경제상황과 실제 이 여성이 일을 하러 갔는지 등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돈 벌러 갔다 왔는데…나갈 때 보일러는 최대한 높여 놨다" 진술

2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A(24·여)씨는 "아들만 두고 왜 집을 비웠느냐"는 수사관 질문에 "아는 사람이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해서 돈을 벌러 갔다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며칠 모텔에서 잠을 자면서 인천 검단오류역 인근에서 일했다"며 "처음부터 집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일이 많이 늦게 끝났고 술도 한잔하면서 귀가하지 못했다"며 "집을 나갈 때 보일러 온도를 최대한 높여 놨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남편과 별거한 뒤 별다른 직업 없이 간간이 택배 상하차 업무 등 아르바이트를 했다. 남편으로부터 1주일에 5만~10만 원가량을 생활비로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지에서는 도시가스·상수도 요금 미납 고지서 발견

그러나 A씨는 최근까지도 수도 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등 공과금을 제때 내지 못했다. 실제 A씨 주거지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2달 동안 도시가스 요금을 납부하지 않아 지난달 말까지 밀린 요금을 내지 않으면 도시가스 공급을 끊겠다는 통지서, 상수도 미납 고지서 등이 발견됐다.

다행히 A씨가 기한 내에 밀린 요금을 내 도시가스 공급이 끊기지 않았지만 A씨가 외출해 집을 비운 지난달 30일 이후 최근 인천에서는 영하권의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이에 경찰도 2살 아들이 혼자 집에서 추위에 방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빌라 현관문 앞에 낡은 유모차가 있었지만 이를 제외하면 이 집에서 어린 아기가 살았다는 흔적은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웃들도 A씨와 평소 교류가 거의 없어 해당 빌라에 아기가 살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전입신고 없이 빌라 살아…행정복지센터, 거주 사실도 몰라

가스·수도 요금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A씨 모자는 생활고를 겪었지만 행정당국의 관리 체계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A씨 모자가 살던 빌라 관할 행정복지센터는 이들이 이 동네에 살았다는 사실조차 이날 처음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A씨가 이사를 하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실거주지 일치 여부 등 A씨 모자와 관련한 기초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이전 거주지에 살 때 까지 A씨 모자 가정에서는 이전에 아동 학대 관련 신고가 접수된 이력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귀가 후 사망한 아들 발견하고도 1시간 30분 지나서 신고

A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아들 B(2)군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쯤 집에서 나가 이날 오전 2시에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B군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 38분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직접 신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군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 참고인 자격으로 남편을 소환해 A씨 모자의 상황을 파악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출 이유 등 A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추가로 수사할 예정"이라며 "대략적인 조사가 마무리되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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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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