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연봉 3억6천만원에도 구인난···채용조건도 걸림돌[현장에서]
경남 산청군이 연봉 3억6000만원에 산청군보건의료원에서 일할 내과 전문의를 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청군이 제시한 높은 연봉에도 두 차례나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구인에 나선 지 10개월만에야 3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에는 의사들이 지원을 꺼리는 문제도 있어 최종 선발까지는 예단할 수 없다. 경남도는 공공의료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일 산청군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25일까지 ‘산청군보건의료원 업무대행의사 (내과 전문의) 채용 공고’ 3차에 3명이 지원했다. 지원자 중 타지역 의사는 2명, 경남도 내 의사는 1명이다. 의료원은 이달 중 서류·면접을 거쳐 합격자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채용 조건은 연봉 3억6000만원에 2년 계약으로,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연봉은 전국 보건의료원 15곳 평균을 웃돈다. 근무조건은 주 5일, 하루 8시간이다.
다만 농촌 의료 현실과 의사들이 기피히는 채용조건 등으로 최종 채용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산청은 인구 3만 4028명으로 ‘인구감소지역’이다.
산청군보건의료원은 지난해 4월 내과 전문 공중보건의 복무기간이 만료됐지만 후임자를 받지 못해 내과 전문의 부재가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대신 마취통증과 등 다른 전문의 9명이 진료를 보고 있다. 이들은 감기 등 가벼운 진료는 볼 수 있지만 혈압과 인슐린 처방 등 전문적인 진료는 불가능하다.
산청군은 경남도와 보건복지부에 내과 전문 공중보건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배정받지 못했다. 내과를 전공한 의사가 부족한 데다가 의사들의 수도권 집중이 겹치면서 나타난 문제다.
경남도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2021년부터 2년 동안 내과 전문 공중보건의를 한 명도 배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청군민들은 내과 진료를 받으려면 인근 진주나 거창으로 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결국 산청군은 지난해 11월 국립 경상대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매주 1차례(수당 60만원) 4시간씩 당뇨·갑상선·골다공증 등 내분비질환 진료 지원을 받고 있다.
내과 전문의 구인을 위해 지난해 11월 23일부터 12월 6일까지 1차, 12월 9일부터 29일까지 2차 모집공고도 냈다. 두 차례 모집에서는 지원자가 없었다. 지난달 말에야 지원자가 나타났다.
산청군이 의사에게 제시한 채용 조건도 걸림돌이다. 산청의료원 전문의는 업무대행 의사로, 1~2년마다 연장하는 계약직이다. 사실상 개인이 의료사고나 분쟁에 책임을 지기 위해 손해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사업자’에 가깝다.
특히 업무대행 계약서에는 ‘산청군수의 정당한 지시에 따라야 한다’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자칫 군수가 의시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남지역 의사단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채용에는 고액 연봉을 제시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실상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며 “추가 진료를 봐야 하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산청군 관계자는 “‘산청군 지역보건의료사업 업무대행에 관한 조례’와 다른 지자체의 관련 조례를 참고해 계약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공고대로 채용할 것”이라며 “추가 진료 등 세부적인 조건은 협의를 통해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공공의료 공백이 현실화하자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사 전수조사와 정책 연구에 나섰다. 도내 의사 인력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치과·한의사를 제외한 5908명이다. 공중보건의는 182명이다.
경남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역 의사인력 확보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인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1년 기준 2.5명에 그쳐 전국 평균인 3.1명보다 적다. 의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하다 보니 경남 의사 수는 전국의 5.2% 수준에 불과하다.
이언상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경남 18개 시·군 중 14개 시·군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돼 있다”며 “경남도의 의료인력 확보 전담부서 신설, 의과대생·전공의·공중보건의사 지원 강화,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계획 수립 등 경남도와 정부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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