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원→1만원, 결혼자금 투자했는데” 믿었던 유망 바이오의 배신

2023. 2. 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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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신용이자까지 내며 버텼는데, 이제 빚만 4억입니다(투자자 A씨)."

헬릭스미스는 투자업계나 바이오업계에선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회사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이란 게 대규모 투자가 있더라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과정"이라며 "헬릭스미스가 신뢰를 잃어버린 데엔 경영 상의 문제가 크지만, 자칫 업계의 신약 개발 자체를 불신하는 결과로 이어질까봐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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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매달 신용이자까지 내며 버텼는데, 이제 빚만 4억입니다(투자자 A씨).”

“결혼하려고 모은 자금을 투자했는데, 부모한테 말도 못하고 눈물만 나네요(투자자 B씨).”

이 외에도 인생이 송두리째 나락으로 빠졌다는 투자자들이 많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기업. 주가도 17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불과 4년 만에 주가는 1만원대로 추락했다. 회사는 매각되고 소액주주와 경영진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기업. 바로 헬릭스미스다.

헬릭스미스 주가는 2019년 3월께 17만원대까지 급증했지만, 4년 가량 지난 지금은 1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코스닥 시총 규모도 이와 함께 급등락했다. 시총순위 2위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155위(2일 기준)까지 밀려났다. 끝모를 추락에 “인생도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투자자의 성토도 각종 커뮤니티마다 다수 확인할 수 있다.

헬릭스미스 주가 추이[네이버 증권]

헬릭스미스는 투자업계나 바이오업계에선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회사다. 김선영 대표는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로 꼽힌다. 유전자치료제 시장에서 주목받은 인물이며, 서울대 교수 시절 학내 벤처로 바이로메드를 설립한 뒤 2005년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때에도 각종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헬릭스미스 전신인 바이오메드는 서울대 벤처 1호 기업이었다. 서울대 벤처 1호라는 수식어는 상장 이후에도 헬릭스미스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유전자치료제 신약 엔젠시스가 헬릭스미스 그 자체다. 김 대표는 이 신약 개발을 이유로 상장할 수 있었고, 시장에선 신약 개발을 기대하며 투자가 모였다.

헬릭스미스 주주게시판[출처 홈페이지]

정점은 2019년이다.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성장한 게 이 때다. 사실 바이오업계에선 신약 개발이 임상 3상에서 무산되는 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주가도 투심도 꺾일 줄 몰랐다.

결국 임상 3상에서 사달이 났다. 임상 3상 데이터 자체를 못 쓰게 됐고, 헬릭스미스는 임상에 투자한 천문학적인 신약 개발비를 손해 봤다.

헬릭스미스 사옥[출처 네이버맵]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임상 3상에 문제가 생겼다는 발표가 나기 직전, 우연하게도(?)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 지분을 매도한 게 드러났다. 사전 정보 입수 후 주가 폭락 전 이익을 챙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회사는 “우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서도 악재는 끝나지 않았다. 2020년 국내 투자업계를 뒤흔든 ‘옵티머스 사태’, 헬릭스미스는 여기에도 등장한다. 고위험 사모펀드에 막대한 돈을 투자, 대규모 손실을 본 게 드러난 것.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헬릭스미스 홈페이지]

작년 12월엔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소액주주들은 반발했다. 이후로 헬릭스미스는 경영진과 소액주주 간의 기나긴 대치 상태다. 지난 1일 열린 임시주총은 하루를 넘겨 새벽까지 돼서야 끝날 만큼 시끄러웠다. 양측이 충돌하면서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이었으나, 일부는 부결되는 등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헬릭스미스를 바라보는 업계의 심정도 복잡하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이란 게 대규모 투자가 있더라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과정”이라며 “헬릭스미스가 신뢰를 잃어버린 데엔 경영 상의 문제가 크지만, 자칫 업계의 신약 개발 자체를 불신하는 결과로 이어질까봐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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