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해도 ‘내 관객’ 없으면 정산 0원?” 인디음악계 시끌···왜?

라이브 공연장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이른바 ‘카운팅 공연’을 둘러싸고 인디 음악계가 시끄럽다.
카운팅 공연이란 하나의 공연에 2개 팀 이상의 뮤지션이 참여했을 때 관객에게 ‘어느 팀을 보러 왔느냐’ 묻고 이 숫자를 세어 사후 정산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A, B, C팀이 같은 공연에 섰고 특정 팀을 보러 왔다고 대답한 관객이 각각 20명과 10명, 5명일 경우 20:10:5의 비율로 공연료가 지급된다. 서울 홍대 등지의 일부 라이브 클럽에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정산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싱어송라이터인 해파가 최근 카운팅 공연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다. 2019년 제29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자작곡 ‘혼잣말’로 입상하며 데뷔한 해파는 지난해 6월 첫 정규 앨범인 <죽은 척하기>를 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해파는 지난달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2개 팀과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정산이 되지 않아 공연장에 연락했더니 “팀별 카운팅에서 ‘해파를 보러 왔다’고 응답한 관객이 1명도 없어 지급할 돈이 ‘0원’”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해파는 이 같은 정산 방식을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지만, 공연장 측은 “일반적인 정산 방식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파는 2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단독 공연이 아닌 경우 관객이 여러 팀의 공연을 모두 보게 되는데, 여러 팀 중 한 팀에게만 자신의 티켓값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그런 와중에도 공연장이나 공연기획사는 항상 안전하게 모든 티켓의 일정 비율을 가져간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인디 공연장은 ‘최소 출연료’ 보장 없이 팔린 티켓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기 때문에 관객의 지목을 받지 못할 경우 ‘무급 노동’을 하게 된다.
해파는 카운팅 공연의 문제가 정산의 불합리함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시스템은 사람의 옹졸한 마음을 끌어내요. 혹시 얼굴을 아는 관객이 있으면 ‘저 사람은 누굴 골랐을까’ 하게 되거든요. 뮤지션과 뮤지션 사이는 물론 뮤지션과 관객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매우 해롭다고 생각합니다.”

해파의 문제제기 이후 ‘카운팅 공연’에 반대하며 보이콧 동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음악 레이블 영기획은 오는 12일 해당 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소속 뮤지션 김새녘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영기획 측은 “인디 음악계의 모든 구성원은 소중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앞으로도 김새녘과 영기획은 카운팅 공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NS에서는 ‘내 대답이 뮤지션 수익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동안 공연을 즐겨왔다’는 관객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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