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뭔가요” 역대 최고 실적 낸 롤스로이스·벤틀리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전 세계 승용차 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벤틀리·람보르기니 등 초고가 차량 판매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매체 카앤드라이브 등에 따르면,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전 세계에 6021대를 판매해 118년 역사상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롤스로이스는 기본 모델 가격이 40만달러(약 5억원) 선이고, 각종 옵션까지 포함하면 50만달러가 훌쩍 넘는다. 대당 20만달러(약 2억5000만원)가 넘는 벤틀리도 지난해 1만5174대를 팔아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인 2021년 1만4658대보다 3.5% 늘어난 실적이다.
이탈리아 수퍼카 람보르기니도 전년보다 10% 늘어난 9233대를 팔아 판매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포르셰도 전년 대비 3% 늘어난 30만9884대를 전 세계에 팔았다. 메르스데스 벤츠는 지난해 승용차 판매량이 205만대로 전년 대비 1% 감소했지만, 최고가 라인업인 마이바흐는 판매량이 37% 급증했다. 전망도 좋다. CNN에 따르면 롤스로이스는 올해 주문이 꾸준한 상황이고, 람보르기니는 벌써 내년 중반 치 주문을 받고 있다.
경기 부진과 금리 인상, 공급망 차질 등으로 전반적으로 승용차 판매가 부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계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2019년 7490만대에 달했으나 2020년에는 6380만대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도 6540만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영국 증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재나 스트리터 연구원은 “부유한 고객들은 생활비 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초고가 차량 제조사들은 역대 최상급 실적의 비결에 대해 한국과 중국, 중동 지역의 판매량 증가를 주로 꼽고 있다. 실제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234대를 팔아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2020년(171대)에 비해 37% 늘어난 실적이다. 벤틀리도 2021년(506대)보다 57% 증가한 775대를 팔아 한국 진출 이후 최다 판매 실적을 올렸다. 작년 벤틀리의 전 세계 시장 판매 증가율이 4%인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성과다. 람보르기니 역시 지난해 국내에서 403대를 판매해 처음으로 판매량 400대를 넘어섰다.
팬데믹 이후 세계 곳곳에서 가상 화폐와 주식, 부동산 투자 등으로 큰돈을 번 부호가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힌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500대 부자의 자산은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약 1조달러(약 1188조원) 늘었다. 오트보쉬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순자산 3000만달러가 넘는 초고액 순자산 보유자가 급증하면서 롤스로이스 차를 사겠다는 고객이 향후 5년간 2~3%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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