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라도 엄마 삶 살아’ 딸 한마디에 용기 내”… 만학도 392명 졸업
인천=공승배 기자 2023. 2. 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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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제부터라도 엄마의 삶을 살아'라는 딸의 한마디에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했죠. 평택과 인천을 오가는 왕복 6시간조차 즐거웠어요." 2일 열린 인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최고령 중학교 졸업생인 이영자(81) 할머니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이날 남인천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중학교 155명, 고등학교 237명 등 총 392명의 만학도가 졸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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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제부터라도 엄마의 삶을 살아’라는 딸의 한마디에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했죠. 평택과 인천을 오가는 왕복 6시간조차 즐거웠어요.”
2일 열린 인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최고령 중학교 졸업생인 이영자(81) 할머니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어린 시절, 집안일과 농사일뿐 아니라 장녀로서 동생들까지 돌봐야 했던 이 할머니는 노인이 될때까진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공부를 할하면 모친께 혼나기 일쑤였다.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18살에 시집을 간 뒤에는 아픈 남편을 간호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50년 넘게 자신을 희생하다 뒤늦게 용기를 내 공부를 시작했다.
이 할머니는 “암기력도 떨어지고,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웠다”며 “학교생활이 말 그대로 삶의 활력소다. 고등학교 과정도 꼭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남인천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중학교 155명, 고등학교 237명 등 총 392명의 만학도가 졸업을 했다. 졸업생의 평균 나이는 65세에 달한다. 이 학교는 이 할머니와 같이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어릴 때 사고로 부모가 청각 장애를 갖게 돼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을 시작해야 했던 이화수 씨(59)도 이날 당당히 중학교 졸업장을 받아 들었다. 치매를 앓던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 보조사로 일하고 있는 이 씨는 틈틈이 학업과 봉사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씨는 “처음에는 오랜만에 듣는 ‘학교’라는 단어조차 낯설었지만 이제는 성생님들과 헤어지는 게 아쉽기만 하다”며 “배움의 한을 풀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경우도 많다. 지각이나 결석 한번 없이 고등학교 졸업을 한 임정옥(73) 김종예(69) 부부, 학교 앞을 지나는 시내버스를 운전하며 만학도를 지켜보던 김태봉 씨(66)와 그의 아내 안인순 씨(63)가 대표적이다.
또 학교를 다니다 뇌종양 판정을 받았지만 병마를 딛고 졸업을 맞이한 김경희 씨(63),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포기해야 했던 박순애(74) 박순영(68) 자매, 북한 이탈주민으로 한국에서 꿈을 이뤄가고 있는 김미향 씨(34) 등 여러 졸업생의 사연이 저마다 눈길을 끌었다.
윤국진 남인천중·고등학교 교장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소외된 이웃들에게 배움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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