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파기환송심 ‘아이 바꿔치기 무죄’…징역 2년에 집유 3년

재판부 “약취 인정할 증거 없다”…감형
“유전자 99.9999% 일치하지만 여아가 피고인의 친자로 판단할 DNA에 불과”
“키메리즘은 검사 사실상 불가능해”
사체은닉미수의 혐의는 유죄 선고

대구=박천학 기자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친어머니로 알려진 석 모(50) 씨가 감형됐다. 사체 은닉 미수 혐의만 적용되고 아이 바꿔치기는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이상균)는 2일 미성년자 약취, 사체은닉 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 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미성년자약취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방법으로 석 씨 딸의 아이를 약취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하고, 사체은닉미수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석 씨는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구미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친딸인 김모(24) 씨가 낳은 여아를 자신이 출산한 여아와 몰래 바꿔치기해 어딘가에 빼돌린 혐의(미성년자 약취)로 기소됐다. 또 2021년 2월 9일 김 씨가 살던 빌라에서 여아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기에 앞서 아이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고 한 혐의(사체은닉 미수)도 받았다. 석 씨는 줄곧 “아이를 낳지 않았고 바꿔치기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석 씨가 2018년 3월 여야 출산 여부에 대해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수사기관의 유전자 감정 결과 여아는 99.9999% 이상의 확률로 피고인과 친자관계가 성립하지만,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여아가 피고인의 친자로 판단할 수 있는 DNA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므로, 이를 토대로 피고인이 출산과 아이를 바꿔치치했다는 사실을 곧바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여아의 몸무게 감소에 대해서도 이례적인 것이 아니며 아이 식별 띠 분리도 종종 발생해 이례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바꿔치기한 아이에 대해 양육이나 유기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점도 들었다.

이와 함께 한 사람의 몸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유전적으로 구분되는 세포를 가지는 ‘키메리즘’에 대해서도 생식 세포에 대한 유전자검사 결과가 진행돼야 하지만 국내에는 이러한 검사가 사실상 불가능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아이를 약취 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