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자들 꿈 키우는 ‘2평의 기적’
[서울&] [자치소식]
서대문구, 학교·민간과 함께 지원
총 40팀 224명 청년 창업자 육성
저렴한 임대료 박스퀘어가 큰 힘
“트렌드 맞는 상품 개발 높이 평가”
“자영업자의 현실도 익히 들었고, 특히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는데 청년키움식당을 통해 좀더 쉽게 창업의 길에 다가간 것 같습니다.” 황호정(26)씨는 2017년부터 3년 반 동안 프랑스에서 제과와 요리, 경영을 공부했다. 황씨는 유학 시절 만난 친구와 함께 2021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서대문구 신촌 박스퀘어에 있는 청년키움식당 신촌점에서 창업 경험을 쌓았다. 곧바로 9월에 수제 디저트(쿠키)와 칵테일을 판매하는 ‘이브흐’를 신촌 박스퀘어에 개점했다. 황씨는 30일 “청년키움식당은 금전적인 부담도 덜 수 있었고 다양한 컨설팅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브흐는 망원동에 분점을 낼 정도로 손님이 많이 찾는다. 이화여대 바로 앞에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손님들이 이브흐를 찾는 데는 따로 비결이 있다. “초콜릿이나 견과류 등 쿠키 맛을 내는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손님들이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게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홍보와 소비자 반응을 곧바로 상품에 반영한다. “손님들이 맛에 대해 평가하면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여러 번 테스트하죠.” 황씨는 창업 1년3개월 만인 2022년 11월 망원동에 또 다른 매장 ‘주에늬’를 개점했다. “저희만의 브랜드를 좀더 키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 두 번째 매장을 열었죠.” 황씨는 “획일화된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성 있는 디저트와 칵테일 조합의 새로운 ‘맛세계’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청년키움식당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7년부터 외식분야 예비 창업자들에게 매장 전반에 대한 운영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해마다 공모해 운영점을 선정하는데 지난해에는 신촌점을 포함해 전국에서 운영점 8곳이 선정됐고 총 35개 창업팀(148명)이 참여했다.
서대문구는 2019년부터 이화여대, 이푸드랩과 함께 청년키움식당 신촌점을 운영해 외식 창업을 원하는 청년, 대학생이 실제 창업으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청년키움식당 신촌점은 해마다 창업을 원하는 10팀 내외를 선정해 민·관·학 전문가 협의체를 통해 사업장, 교육과 컨설팅, 주방기구와 비품, 매장 홍보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경쟁력 있는 상품 기획과 개발을 돕고 공유마켓, 공유주방을 통해 사업 가능성을 시험할 기회를 준다. 창업 이후에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청년키움식당 신촌점을 거쳐간 청년 창업자는 2019년 6팀(23명), 2020년 14팀(59명), 2021년 13팀(53명), 2022년 7팀(89명)으로 4년 동안 40팀(224명)이나 된다. 이 중 2019년 비건류 판매점 베지베어, 2020년 고기파이 판매점 청키파이, 2021년 디저트 판매점 이브흐와 비건 디저트점 피스오브파이 등 4곳이 신촌 박스퀘어에 정식으로 입점했다.
청년키움식당 신촌점을 운영하는 서대문구는 올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실시한 2022 외식창업 육성사업 운영성과 평가에서 우수 사업시행기관 대상(농식품부장관상)을 받았는데, 2020년부터 3년 연속 수상했다. 청년키움식당 신촌점 참여팀도 2019년부터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어 해마다 청년키움식당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놓치지 않았다. 박은영 서대문구 청년정책과 캠퍼스타운활성화팀장은 “청년과 대학생들에게 창업할 기회를 제공하고 외식 산업 트렌드에 맞게 새로운 제품을 연구 개발하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했다. 또한 청년키움식당 신촌점은 다른 운영점과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참여해 안정적인 운영을 돕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경수(28)씨는 자신의 가게를 갖고 싶어 여기저기 입점할 곳을 알아봤으나 턱없이 비싼 임대료 때문에 고민이 컸다. 그러다 2022년 6월 청년창업가로 선정돼 신촌 박스퀘어에 수제 버거점 버저비터 바스켓을 개점했다.
신촌 박스퀘어 2층은 청년 창업공간으로 입점하면 2년 동안 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한씨는 2평 남짓한 공간 사용료로 월 9만원가량을 낸다. 한씨는 “입점료가 저렴해 좋다”며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 목표가 자기 가게를 갖는 것인데, 그걸 이뤄서 뿌듯하다”고 했다.
버저비터 바스켓은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 손님이 많이 찾는다. 한씨가 만드는 버거 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와 끊임없는 연구다. “고기와 빵에 신경을 많이 써요. 무엇보다 소스와 재료가 맛을 좌우하죠.” 한씨는 지난해 박스퀘어에서 이화여대와 연계해 마케팅, 브랜딩, 레시피 개발은 물론이고, 세무 업무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을 배웠다. 특히 유명 셰프와 함께 새로운 소스를 만든 게 자랑거리다. 한씨는 “애초 치즈버거에는 치즈만 넣었는데 치즈와 소스를 함께 넣어 치즈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며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한씨는 3년 동안 꾸준히 기반을 닦아 일반 매장을 개점하는 게 목표다. “이곳은 창업하는 데 돈이 많이 드니 창업을 경험해보라고 지원해주는 곳이죠. 준비를 제대로 해서 외부에 매장을 차려서 독립해야죠.”
서대문구는 앞으로도 청년 외식 창업자에 대한 지원을 계속한다. 박 팀장은 “올해는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시험하는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청년키움식당을 운영한 뒤에도 공유식당 등에서 6개월 정도 더 시장성을 검증하는 기간을 거쳐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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