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생태계 더 훼손’
‘내용 비공개’에 사실상 허가 수순 의혹
기존 평가서와 비교 검토한 자료 보니
훼손 정도 심해지고, 사업면적도 확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자인 강원 양양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설악산 생태계를 기존보다 더 많이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이런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자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사실상 설악산 케이블카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재보완서 반영 비교’를 보면 사업자인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보완하기 전보다 훼손면적이 더 넓어지고, 훼손정도도 커지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재보완서는 2021년 4월 환경부가 양양군에 재보완을 요구한 뒤 양양군이 지난해 12월28일 제출한 것이다. 사업자인 양양군은 환경부 요구에 따라 기존에 미비했던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 제출하는 절차를 반복하는 중이다.
환경부가 기존의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서, 재보완서 내용을 비교 검토한 이 자료에는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을 아래로 옮기면서 바뀌는 훼손 면적과 훼손정도, 헬기 사용을 줄이는 대신 임시 케이블카를 놓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재보완서를 보면 상부 정류장 위치가 해발 1480m에서 1430m로 내려가면서 사업면적이 7만7112㎡에서 8만672㎡로 4.6%가량 늘어난다. 상부 정류장 자체 면적은 1만9900㎡에서 1만9804㎡로 다소 줄어든다. 상하 길이가 짧아지는 대신 폭은 넓어지고, 경사가 가파른 지형이 더 많이 포함되는 등 훼손도는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업면적의 토공량은 2만6026.5㎡에서 3만4317.2㎡로 1.32배가량 늘어나고, 지형변화지수도 0.338에서 0.425로 오른다. 토공량은 토목공사에서 취급하는 흙의 양을 말한다. 토공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깎아내는 흙의 양이 많아지고, 훼손 정도도 심해진다는 뜻이다. 지형변화지수는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형적 변화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이 지수는 개발 면적과 지형적 특징에 따라 달라지는데 지수가 클수록 지형 변화가 많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재보완서에는 공사를 위한 가설삭도, 즉 공사를 위해 케이블카를 임시로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것으로, 설악산 생태계가 이중으로 훼손될 우려도 제기된다.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에 대한 시추조사를 착공 전 시행하는 내용도 들어있는데 시추조사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 모두 전문가, 환경단체 등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내용이다.
재보완서에는 총 45개 지점에서 산양 배설물, 털, 잠자리 터, 사체 등이 확인되면서 공사 예정지역이 산양의 핵심 서식지역임을 증명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또 삵, 담비, 하늘다람쥐, 수달, 까막딱따구리, 새매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도 확인됐다. 환경단체들은 “사업자가 실시한 단기간 조사만으로도 생태적 중요성이 확인되는 지역을 훼손하도록 허가하는 것은 멸종위기 동물의 멸종을 앞당기는 행태나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민감한 내용이 담긴 재보완서와 한국환경연구원, 국립생태원 등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밀실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기존에는 관련 자료들을 국회가 요구하면 공개해 왔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밀실행정을 이어가다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양양군에 써준 불법적 확약서부터 밀실행정까지 사실상 케이블카 사업 허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절차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210041140011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 단체들은 이날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환경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는 국회 요구에도 재보완서를 공개하지 않는 등 밀실협의를 하면서 사업자가 된 것처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사업자가 동의해야만 환경영향평가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며 “동의, 부동의 중 어떤 의견을 낼지 결론이 난 이후 내용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받는 중으로, 환경영향평가 관련 의견을 내는 것은 3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주 의원은 “환경부가 사업자인 양양군에 유리한 확약서를 써준 결과가 훼손 면적 확대로 나타났다”며 “훼손도가 더 심각해졌다는 것은 2019년 원주청이 부동의 결정했던 조치를 뒤집을 이유가 없음을 확인시켜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밀실행정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환경부는 재보완서 내용과 검토기관 의견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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