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소유권 분쟁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보물’ 가치 충분

보물로 지정된 청양 운장암, 양평 용문사 불상보다 앞선 1330년 제작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대법 최종심 이목 쏠려

2012년 국내 절도단이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서 훔쳐 밀반입한 금동관음보살좌상. (문화재청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소유권을 놓고 한국과 일본 간에 촉발된 법적 분쟁의 중심에 있는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문화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한국인 절도범들이 2012년 10월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서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높이 50.5㎝, 무게 38.6㎏의 불상으로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충남 부석사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해당 불상에 대해 문화재청은 1330년(고려 충숙왕 17년) 서주(瑞州, 서산의 고려시대 지명)에 소재한 부석사에서 제작한 것으로 14세기 전반에 유행한 보살상 유형을 따르고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1951년 금동관음보살좌상 내부에서 발견된 복장유물(腹藏遺物, 불상을 만들 때 가슴 안쪽에 넣는 유물) 중 결연문(結緣文)에서 제작 시기와 봉안돼 있는 사찰의 위치를 알 수 있고, 왜구 침략이 극심했던 고려 말, 특히 1352년부터 1381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서산 일대에 왜구가 침략했다는 ‘고려사’ 기록에 근거해 왜구에 의해 약탈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학술조사 보고서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아직 소송이 진행 중으로 소유권이 정확히 결정되지 않은 만큼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선 논의한 바가 없다. 공식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유사한 시기에 제작된 다른 불상의 사례에서 추정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제작 시기보다 늦은 14세기 후반 제작된 충남 청양 운장암 금동관음보살좌상(보물 제986호), 경기 양평 용문사 금동관음보살좌상(보물 제1790호)의 경우 각각 1989년, 2012년 보물로 지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소유권 논란에 휘말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보물(국가 지정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난 1일 대전고법 민사1부는 2017년 선고된 1심 판결(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며 부석사의 손을 들어줌)을 뒤집어 원고인 부석사의 청구를 기각,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14세기 초반 부석사가 현재의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아 소유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데, 항소심 재판부는 1527년 조선에서 불상을 양도받았다는 일본 관음사의 주장도 확인이 어렵지만 1953년부터 60년간 점유해 온 사실이 인정돼 취득시효(20년)를 충족한 만큼 소유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민사소송은 단지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할 뿐이고, 문화재 반환 여부는 유네스코(UNESCO) 협약이나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부석사는 항소심 판결에 반발하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 지정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닌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은 대법원의 최종심을 남겨놓게 됐다.

cho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