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용의 화식열전] 살림 어려운데 증시는 급등…외국인만 신났다

2023. 2. 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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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화정책 전환임박 기대에
달러자금 환·금리차익 노릴수
한미 금리역전 오히려 기회로
수출기업 바닥 통과 기대에도
금리 부담에 공공물가도 폭등
국내자금 주식매수 여력 제한

증시 전망이 밝아지고 있지만 상당수 국민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투자는 커녕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은 오히려 더 나빠지는 모습이다. 초저금리가 빈부격차를 심화시켰지만 금리 수준이 높아져도 여윳돈을 가진 이들이 더 유리한 것은 마찬가지다. 양극화가 자본주의의 보편현상이 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일(한국시간) 기준금리를 꼭 시장의 예상대로 0.25%포인트만 높였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진정(disinflation)’을 인정했고, 향후 남은 금리인상 횟수를 ‘두어번(couple)’이라고 언급했다. 이르면 3월 연준의 긴축은 끝이 날 수도 있다.

미국의 슈퍼코어 인플레이션(supercore)도 뚜렷한 하락세다. 에너지와 주거비용을 제외하고 각종 서비스 가격을 중심으로 한 물가지표로 연준이 최근 인플레이션 진행추이를 진단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 수치는 지난해 10월 5.7%를 꼭지로 11월 4.8%, 12월4.1%로 뚝 떨어졌다.

1월 나스닥의 상승률(10.685)이 2001년(12.2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이번 행보를 이미 예상하고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하락을 겪었던 지난 해와 달리 올해 증시는 뚜렷한 반등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더 커졌다.

미국채 1년물은 기준금리 보다 선행적으로 움직인다. 이번 인상 국면에서도 6개월 가령 앞선 2021년 9월부터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해 연말 4.7%대에서 내려선 이후에는 이번에 결정된 기준금리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게 되면 금리인하가 임박한 신호다.

2017~2018년 1.75%포인트 올랐던 미국 기준금리는 2019년 8월부터 인하되지만 증시는 2019년 1월부터 반등을 시작한다. 이해 나스닥은 35%, S&P500은 29% 급등한다. 2018년 17% 이상 하락했던 코스피도 2019년 7.7% 반등한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증시의 높은 반등 가능성에도 국내 자금은 이에 적극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는 우리 중산층들은 실생활 씀씀이와 함께 소득 대비 커진 빚을 줄여야 하는 해다. 투자에 필요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자산가들은 주식은 물론 회사채 투자로도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올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로 작년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전월 상승률(5.0%)보다 높다. 지난해 10월 이후 전월대비 하락하던 추세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전월 상승률은 0.8%로 2018년 9월(0.8%)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1년 전보다 28.3% 급등해 별도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에너지를 포함한 공업제품은 6.0% 올랐고 가공식품은 무려 10.3% 급등했다. 전년대비 이자 부담에 생활비까지 크게 늘어나면 소비는 급격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1.7%로 낮췄다. 세계 경제 전성장률 전망을 2.7%에서 2.9%로 높인 것과는 반대다. 가계 등 민간의 빚이 너무 많다는 이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가계부채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중이 다른 선진국 보다 상당히 높다”면서 “고금리로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을 크게 본듯 하다”고 진단했다.

우리 증시는 수출기업 비중이 높다. 물가와 이자부담으로 내수가 부진해도 달러 약세와 중국 경제재개장 등의 수혜는 꽤 볼 수 있다. 우리 증시에서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도 반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SK하이닉스의 ‘인위적 감산’에 이어 삼성전자도 ‘사실상 감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외국인에게 올해 한국 증시는 상당히 매력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증시 주요 업종이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다. 지난해 주요국 증시 가운데 긴축의 충격이 가장 커 가격 매력도 커졌다. 원화 강세는 달러로 투자금을 굴리는 외국인들에게는 환차익 기회다.

한미 금리역전 상황도 외국인에 유리하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라면 금리가 더 높은 미국채로 자금이 이동하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이다. 원화 값이 여전히 저렴한 상황에서 달러 자금을 들여와 상대적으로 더 낮은 금리로 차입을 일으켜 투자할 수도 있다.

과거 코스피와 외국인 매매 추이는 비교적 동행했다. 외국인이 사면 코스피가 오름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가 특히 뚜렷했다. 외국인 자금은 2017년 미국이 일시 긴축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머물렀다. 이 기간 코스피는 1140에서 2400까지 올랐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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