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네 마지막을 아직 모른다”···‘일선유죄’ 특수본, ‘빈손’ 국조가 풀지 못한 과제[이태원 참사 100일]
“우리는 남훈이가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알려달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요. 그렇게 힘든 요구인가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100일을 나흘 앞둔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참사 희생자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 박영수씨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통지서를 보고 며칠을 아팠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수본 수사가 74일간,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55일간 이어졌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참사의 진상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특수본도, 국회도 밝히지 못한 것들
유가족들은 사망 시점과 사인, 시신의 이송 경로 등 개별 희생자의 구체적인 행적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씨의 오빠 이진우씨는 2일 통화에서 “개별 희생자의 구체적 사망 시간과 장소는 부모로서, 가족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정보”라며 “이러한 정보가 바탕이 돼야 유가족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재발 방지대책이 마련될 것이라 본다”고 했다.
특수본 수사와 국정조사 활동은 유가족들이 가장 알고 싶어했던 희생자들의 마지막 행적에 닿지 못했다. 상급기관에 대한 책임도 묻지 못했다. 참사 발생 사흘이 지나 출범한 특수본은 실무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데만 집중했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에 대해선 재난안전법상 ‘법리적 한계’를 이유로 기관장을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했다.
참사 발생 26일 만에 첫 회의를 연 국회 국정조사도 ‘맹탕’이긴 마찬가지였다. 두 차례 현장 조사와 기관보고, 세 번의 청문회가 열렸으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며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국조특위는 지난 1월17일 대통령실 등의 책임과 이상민 장관 파면 요구를 담은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보고서 채택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야 3당(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단독으로 이뤄졌다. 야3당은 결과보고서에서 “자료 제출 미흡을 비롯한 정부 당국의 비협조, 짧은 조사 기간 등 애초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특별법 제정해야”
유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통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주장한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특수본도, 국정조사도 유가족들의 질문에 전혀 답변하지 못했다”며 “현재의 법체계에서 추가적인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는 불가능하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특별법 제정을 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가족들의 법률지원을 돕는 민변 10.29이태원참사 법률대응팀 소속 최종연 변호사는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독립적인 조사 기구는 반드시 형사처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참사 대응 과정에서 어느 피해자가 어떤 방식으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을 분열시킬 계획으로 수습이 이뤄진 것은 아닌지 등 긴급구조와 재난대응에 있어 지금까지 다뤄지지 못한 부분을 별도의 조사기구를 통해 알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경찰로부터 사건 일체를 넘겨받은 검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보강수사를 거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총 17명(법인 포함)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대검찰청 소속 최정민 검찰연구관 등 안전사고 전문검사를 투입해 공무원들의 법적 책임을 따져보고 있다. 검찰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아직 기소하지 않은 나머지 피의자에 대한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 이상민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경찰이 송치하지 않은 ‘윗선’에 대한 수사기록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랙티브] 피할 수 있었던 비극, 이태원 참사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2/itae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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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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