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올해 전례 없는 실적 비상… “K-칩스법, 이대론 안 된다”

황민규 기자 2023. 2. 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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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채 흔들리는 韓 메모리 산업 경쟁력
삼성·SK하이닉스,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서 분투
세액공제뿐만 아니라 각종 세제지원 강구해야
“G5 국가 중 한국만 법인세 강화 추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사진 위),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전경.

한국 반도체 산업의 대들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하며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을 더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액지원뿐만 아니라 법인세, 연구개발(R&D) 지원 등 전반적인 경영 환경을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2일 반도체업계,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내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여년간 ‘슈퍼사이클’을 타고 승승장구했지만,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수요 침체에 결국 실적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가 15년만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추정했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경우 적자 규모가 2조~3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여파로 1년 전보다 44.5%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7.8%) 이후 6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동절기 에너지 수입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경제활동 차질도 무역수지 악화를 가중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슈퍼사이클을 타고 승승장구해온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일 SK하이닉스가 공시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1조7012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4조2195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글로벌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데,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비중이 90%가 넘는 탓에 충격이 더 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도 겨우 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지난달 31일 공시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8400억원)보다 96.9% 급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전체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분기 삼성전자 DS 영업손실 전망치는 1조7000억원~2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대표 수출 산업이자 세계 1위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가 흔들리면서 업계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세액공제뿐만 아니라 법인세, 투자지원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법인세 인하, R&D 및 시설투자세액 공제율 인상 등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기업 규모별로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20∼30%를 적용한 안을 지난해 8월 내놓은 바 있다지만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획재정부와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세액공제 규모는 8%로 인상하는 데 그쳤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기재부에 세액공제 규모를 확대할 것을 지시했고, 정부는 지난달 19일 국회에 세액공제를 15%로 확대한 조특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는 오는 14일 회의에서 개정안을 논의할 방침이지만 통과될지 미지수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수출 산업임에도 국내 시장이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기업 경영 활동을 하기에 적합하고 유리하다고 보기엔 어려웠다”며 “지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아예 정부 예산이 편성되지도 않을 때도 있었고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에서도 세제 지원이나 법인세 등 많은 부분에서 불이익만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이는 기업의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글로벌 시총 기준 100대 반도체 기업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5개년도(2018년~2022년) 효율성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반도체 기업 평균 효율성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70%대를 유지해오다 2022년에는 67%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반도체 기업 효율성은 2018년 0.87로 1위였으나 2022년 0.65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순위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세를 비롯한 연구개발, 국책 과제 등에 대한 세제 지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7~2021년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법인세율을 인상했고, 법인세 과표구간도 확대했다. 한국은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0%에서 25.0%로 인상함과 동시에 과표구간도 3000억원 초과 기준이 신설돼 3단계에서 4단계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G5 국가는 지난 5년간 법인세 과세 기준을 완화하거나 유지했다. 최고세율은 프랑스(44.4%→28.4%), 미국(35.0%→21.0%), 일본(23.4%→23.2%) 등 3개국이 인하했다. 영국(19.0%)과 독일(15.8%)은 동일 수준을 유지했다. 과표구간은 미국이 8단계에서 1단계로 대폭 축소했고, 그 외 국가는 1단계를 유지해 G5 모두 법인세율이 단일화됐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법인세 과세 강화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면서 “새 정부가 세 부담 완화로 경제 활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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