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무시켜 수당 줘놓고 되돌려주라던 방송사가 있습니다

CJB청주방송, MD 결원으로 생긴 연장근무 수당 줘놓고 환수 요구해
경영국 '연장근무는 연장근무일 뿐 수당을 주겠다는 약속은 아니었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CJB청주방송이 주조정실에서 근무 중인 MD(Master Director·방송운행책임자)들에게 지급된 연장근로 수당을 다시 되돌려달라고 요구해 논란이다. 이를 거부하자 회사는 임금에서 해당 금액을 차감해 지급했다. '업무를 지시한 건 맞지만 돈을 주겠다는 건 아니다'라는 회사의 논리에 해당 MD가 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자, 회사는 뒤늦게 '진정을 취하할 계획이 있냐'며 미지급분을 지급했다.

지난해 12월 청주방송 주조정실에 근무하는 MD 5명 중 한 명이 병가 휴가를 내게 되면서 근무 형태가 일시적으로 변경됐다. MD는 방송사 주조정실에서 방송 송출을 관리하는 인력을 뜻하는데, 24시간 주조정실을 지켜야 해 교대제로 돌아간다.

청주방송의 경우 '오전9시~오후6시, 오후1시~오후10시, 오후10시~오전9시' 근무형태인 5조3교대 근무제였는데, 결원 발생으로 일시적으로 '오전9시~오후7시, 오후7시~오전9시' 형태인 4조2교대 근무제로 전환됐다. 청주방송 주조정실은 과거 4조2교대 형태였으나,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 고 이재학 PD 사망 후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5조3교대 형태로 변경됐다.

결원과 근무형태 전환으로 연장근무가 발생하자 편성팀장과 국장은 MD들에게 주간에는 2시간, 야간에는 3시간의 연장근무 수당을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MD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모두 동의하고 근무를 이어갔다. 특히 당시는 월드컵 중계로 인해 24시간 방송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방송국 주조정실 자료사진.

지난해 12월31일까지 업무를 마치고 퇴직한 MD A씨는 지난달 13일(연장수당 및 야간수당 지급일) 회사로부터 총 151만원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경영팀장은 17일 A씨에게 유선으로 연락해 연장수당이 과지급 되었다며 41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업무지시를 한 건 맞지만 돈을 지급해주는 경영국에서 지급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가 응하지 않자, 회사는 지난달 28일(임금 지급일) A씨의 연차수당 총 130만 원에서 40만원을 차감해 지급했다. 노조에 따르면, 나머지 3명의 MD들에 대해서는 다음 달 수당에서 공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지급된 연장근로수당을 반납하라는 회사에 대해 MD들은 물론 일을 시킨 편성팀장과 국장도 모두 황당해하는 상황이다. 노조에 따르면, 노조의 문제제기에 회사는 '경영국에서 올린 수당 지출에 대해 대표이사가 '수당이 너무 많이 나온 것 같다'며 문제를 제기해 연장근무 수당 환수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업무지시에 의한 연장근로수당 지급은 당연한 것이라는 노조의 말에도 회사는 '연장근무는 연장근무일 뿐 수당을 주겠다는 약속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회사의 주장은 통상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이 초과되는 시간에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인데, MD들의 근무시간은 주 40시간이 초과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결원이 생겨 일시적으로 4조2교대 근무형태로 바뀌었을 때는 아무 문제없이 수당이 지급됐다. 아울러, 지난해 회사에서 5조3교대 근무체제를 4조2교대로 바꾸려 시도해 노조가 '4조2교대를 도입하려면 특별근로감독이 지시한 휴게시간과 하루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연장근무수당을 보장하라'고 했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 CJB 청주방송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이에 A씨는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에 청주방송을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다. 노조도 30일 회사의 연장근무수당 환수에 문제를 제기하며 대자보를 붙였다. 그러자 회사는 지난 1일 A씨에게 미지급분을 보내며 '진정을 취하할 계획이 없냐'고 물었고, A씨는 취하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4조2교대로 전환된 후 나머지 MD들의 1월분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은 지급하지 않겠다는 게 노조에 밝힌 회사의 입장이다. 병가를 낸 직원은 복귀했지만 A씨의 퇴사로 주조정실 MD들은 여전히 4조2교대로 근무 중이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청주방송지부는 지난달 30일 “회사는 2022년 6월13일 교대근무 수당 지급방식에 대해 '단체협약 개정과 별개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회사는 단체협상을 한창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 느닷없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수당지급방식을 정하고 시행했으며, 노사합의로 실행한 5조3교대의 근무형태도 4조2교대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회사의 행위는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구성원들에 따르면,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노조에 지적에 회사는 MD들을 찾아다니며 '월 소정근로시간인 209시간을 넘지 않으면 연장근무 수당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동의서에 사인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주방송 사측은 연장근무수당 환수 이유에 대해 묻는 기자의 전화와 문자에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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