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만든 '방과 후 학교', 돌봄정책 '사각지대'

황대훈 기자 2023. 2. 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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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정부가 추진하는 돌봄정책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8시까지 맡아주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학교 안에 아이들을 두기보다 마을에서 아이들을 기르겠다고 나선 학부모들이 있습니다. 


요즘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풍경인데, 최근 영화가 개봉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황대훈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성산동의 한 건물 안, 평범한 가정집 같은 공간이 아이들로 가득합니다.


학부모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27년째 운영해온 '마을 방과후' 시설입니다. 


다섯 명의 교사가 초등학생 57명을 돌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돌봄교실도 학원도 아닌 곳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이곳에도 졸업식이 있는데요 


지금 공연 연습이 한창입니다.


놀이와 야외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마을 방과후'는 아이들을 학교 안에만 머무르기보다 공동체 안에서 자라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박상민 / '마을방과후' 교사 7년차

"어른들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으로 인해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좀 깨달아 가는 일상이었으면 좋겠거든요."


학부모가 돌봄에 참여한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5학년 아이를 맡기고 있는 김은영 학부모는 휴가를 떠난 교사 대신 직장에 연차를 내고 아이를 돌보러 나왔습니다. 


인터뷰: 김은영 / 5학년 학부모

"정말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사람들과 저희가 사적인 모임도 많이 하고 아이 그런 정보도 주고받고 부모로서 남편이나 제가 느끼는 만족감이 더 큰 것 같고…."


전국에 16곳이 운영되고 있는 '마을 방과후' 시설은 최근 이 시설을 다룬 영화가 개봉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공동체가 사라져가는 요즘, 학생들을 위한 대안적인 돌봄공간을 만드는 시도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도, 어린이집도 아닌 이 시설들은 교육과 보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아무런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령인구 감소와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때 40명 가까운 아이들이 다니던 인천의 이 시설은 지난해 문을 닫았습니다. 


인터뷰: 장영진 / '마을방과후' 교사 12년차

"다른 대안이 없다보니까 그게 좀 힘들어 하시는 분도 있었고 또 이게 돌봄이 갑자기 또 부모님들한테 부담이 가는 부분이 있다보니까 어려움도 호소하셨고 서로 좀 각자 안타까워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과천의 또 다른 마을 방과후 시설을 찾아가봤습니다. 


이곳에도 60명이 넘는 아이들이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시설은 경기도의 아동돌봄공동체 조성사업에 선정돼 시설비와 사업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한시적인 사업이라 3년 뒤에는 지원이 끊길 예정입니다. 


마을 방과후 시설들은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처럼 제도적인 지원이 이뤄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방극조 / '마을방과후' 교사 20년차

"법적인 근거들이 좀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어떤 누군가가 뭔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그러기 때문에 저희가 저희를 보호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고…."


코로나 이후 문을 닫은 마을 방과후 시설은 3곳, 인원수로 따지면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정부가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겠다는 거점 돌봄학교 한 곳이 사라진 셈입니다. 


유보통합이 추진되면서 교육과 보육의 벽은 무너지고 있지만, 부모들이 일군 돌봄 터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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