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의 원인 아닌 현상이다"

2023. 2. 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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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지불능력 차이가 존재"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상생임금위원회가 발족했다. 정부는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호봉제에서 비롯한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직무급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대기업 등에 유리한 법·제도로 인해 기업간 영업이익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 호봉제가 그 원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2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임금체계 개편 논의체인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하고 향후 운영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상생임금위원회는 이정식 장관과 이재열 서울대학교 교수가 공동 위원장을 맡았으며, 위원으로 학계 및 현장 전문가와 기획재정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부처가 참여하는 논의체다.

임금체계 개편 방안이라는 특정 사안을 위해 7개 부처와 전문가 등 총 23명이 함께하는 논의체가 꾸려졌다. 직무 성과급제로의 개편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노동개혁 과제 중 특정 사안을 두고 이런 형태의 사회적 총괄 논의체가 대통령실(예전 청와대)이 아닌 범부처 컨트롤 타워 형태로 출범한 것은 최초"라며 "상당히 파격적인 기구"라고 말했다.

상생임금위원회 첫 회의에서는 '연공급'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연공급 임금체계 하에서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조직화된 근로자들은 과도한 혜택을 받는 반면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조직화되지 못한 근로자들은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여 이중구조가 심화된다"며 연공급 임금체계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심지어 청년층과 기성세대 간 불공정을 심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규정했다.

이어 이 장관은 "임금은 노동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고 근로자와 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신호등으로 임금 격차는 이중구조의 바로미터"라며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연공의 영향이 압도적이고, 특히 유노조·대기업에서 연공성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데 이와 달리 중소기업들은 인사·노무 역량이 취약해 전체 사업체의 61%는 임금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식 및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우리 노동시장은 노동법제와 사회안전망으로 보호받는 12%의 대기업·정규직과 나머지 88%의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나뉘어져 있다"며 "이런 이중구조는 근로자의 소득부터 사회안전망, 능력계발 등 모든 부분을 제약하고 청년의 희망을 박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익)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직무급제로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임금격차는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대기업이 더 큰 이윤을 얻는 현재 법과 제도하에서는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차이는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생기는 게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지불능력, 즉 얼마나 이익을 내느냐이다"라며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대기업-중소기업 관계에서 대기업에 유리하게 법과 제도가 구축되어 있고 규제가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공 실장은 이어 "당연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고, 사내 복지를 강화해 중소기업과 임금 격차가 커지는데, 기업 단위에서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기업간 임금격차가 해소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이 문제의 해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한 경제민주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연공급(호봉제) 등 임금체계는 임금격차가 드러나는 현상적 요소이지 원인이 아니"라며 "산업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해외의 사례처럼, 산업별 교섭을 통해서 최소한 우리 산업에서는 이 정도의 임금을 주자는 식의 결정이 되어야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표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은 공정과 상생이 아니라 차별과 경쟁만 키울 뿐"이라며 "임금 소득 상위와 중위 노동자의 임금격차를 축소하고 대기업·중소기업, 고용형태,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를 해결하려면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임금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인 경제구조의 민주화,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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