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부족 섬에 400년 전 첫 간척지 만든 사람 알고보니…진도 굴포마을 350년째 ‘윤선도 감사제’

강현석 기자 2023. 2. 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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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윤씨 가문이 1640년대 후반 완공
주민들 고산 사당 세우고 매년 감사제
400여년 전 조선 시대에 고산 윤선도가 전남 진도군 임회면 굴포만에 간척을 위해 쌓은 제방인 ‘고산 둑’의 1991년 모습. 이 간척지는 섬인 전도의 첫 간척지 였다. 굴포당제보전회 제공.

섬으로 이뤄진 전남 진도군은 농지의 40%가 간척지다. 섬 곳곳에 있는 간척지 대부분은 1970년대 갯벌에 제방을 쌓아 농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진도의 첫 간척지는 400여년전 조선 시대에 개발됐다.

진도군 임회면 굴포마을은 간척과 야산 개간을 통해 너른 논과 밭이 생겼다. 이 간척지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뛰어난 시조작가였던 고산 윤선도(1587~1671)가 완성했다. 굴포마을에서는 ‘윤선도의 갯벌 간척’을 기리는 당제와 감사제가 350여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굴포당제보전회와 굴포·신동·백동·남선마을 발전협의회는 “오는 5일 굴포마을과 고산사 일대에서 ‘2023 굴포당제, 고산 윤선도 선생 감사제’를 연다”고 2일 밝혔다. 정월대보름에 열리는 굴포당제는 다른 지역 당제와 달리 실존 인물이었던 고산 윤산도 선생에 대한 보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당제가 열리는 고산사는 윤선도를 기리는 사당이다. 당제를 여는 4개 마을은 400여전인 조선 시대 간척된 ‘굴포간척지’를 중심으로 살아간다. 굴포에는 높이 3m, 길이 380m의 제방이 있는데 ‘고산 둑’ 이라고 불린다.

전남 진도군 굴포마을에 있는 고산 윤선도의 사당인 ‘고산사’. 이 사당은 조선 시대 굴포만 간척사업을 마무리한 윤선도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굴포당제보전회 제공.

바닷물을 막기 위해 갯벌에 쌓은 제방 안쪽으로는 198㏊에 이르는 농지와 야산을 개간한 밭이 이어진다. 간척지는 400여년 전 진도 바다 건너 해남에 살았던 ‘해남 윤씨’ 가문이 개발을 시작했다.

1500년대 후반 윤선도의 할아버지인 윤의중(1524~1590) 때부터시작된 굴포만 간척사업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됐다. 김남용 임회민속놀이전수관 관장은 “당시 조선은 농지를 넓히기 위해 개인이 갯벌을 간척할 수 있도록 허가했는데 해남 윤씨 가문이 굴포에서 간척사업을 벌였다”면서 “각종 기록을 봤을 때 조부때부터 시작된 간척을 윤선도가 1640년대 후반쯤 마무리 지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토가 부족한 섬에서 이뤄진 간척으로 주민들은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굴포간척으로 농민들이 새롭게 유입되면서 마을이 형성되기도 했다. 해남 윤씨 가문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문서에는 굴포간척지의 추수 기록을 담은 ‘굴포전답곡기(窟浦田畓穀記)’ 등이 남아있다.

김 관장은 “윤선도가 세상을 떠나자 굴포를 비롯한 4개 마을 주민들은 사당을 세우고 350여년 동안 감사제를 열어 은덕을 기리고 있다”면서 “올해 감사제를 계기로 인근 마을 주민들이 공동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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