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우주여행 열쇠, ‘북극 다람쥐’가 물어다 줄까

이정호 기자 2023. 2. 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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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북극 땅다람쥐’ 동면 집중 연구 계획
미국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연구진이 동면 중인 ‘북극 땅다람쥐’를 관찰하고 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제공

인간의 장거리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를 북극에 서식하는 다람쥐에서 찾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체온이 영하로 내려가도 거뜬히 생존하는 이 동물의 몸 속 원리를 규명하면 인간이 동면 상태로 우주 비행에 나설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일(현지시간)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연구진이 추진하고 있는 ‘북극 땅다람쥐’의 동면 과정 분석을 연구자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 연구진은 관련 연구를 지난 10여년 간 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NASA의 본격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연구진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동물인 ‘북극 땅다람쥐’는 혹한의 땅인 미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러시아 시베리아에 분포한다. 다 자라면 몸 길이는 40㎝ 내외이고, 몸무게는 700~800g이다.

북극 땅다람쥐는 추운 지방에서 사는 많은 동물들처럼 동면을 한다. 동면 기간은 1년 중 8~9개월에 이른다. 그런데 북극 땅다람쥐의 동면에는 특징이 있다. 동면 중 체온이 다른 어떤 동물보다 낮다. 몸 속 내부 온도를 영하 3도까지 떨어뜨린다. 이래도 혈액이 얼지 않는다.

동면하는 다른 동물은 아무리 낮아도 체온을 영상 1~2도로 유지한다. 이보다 낮아지면 혈액이 얼면서 죽는다. 북극 땅다람쥐는 체온을 최대한 낮춰 신진대사를 억제한 뒤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는 동면의 목적에 매우 충실한 신체를 지녔다. 연구진은 북극 땅다람쥐가 자신의 몸 속에서 특정 화학물질을 분비해 이런 저온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해나가고 있다.

북극 땅다람쥐의 동면에는 또 다른 특징도 있다. NASA는 “자신의 신진대사를 극단적으로 느리게 만들어도 근육과 뼈가 손실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또한 일반적인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장거리 우주여행에 북극 땅다람쥐의 동면 원리가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거리 우주 여행을 하려면 비행 중 승무원이나 승객에게 공급할 영양물질과 물, 산소 같은 보급품을 다량으로 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주선의 덩치가 커진다. 우주선 제작과 발사, 운영 비용이 증가한다.

만약 사람이 북극 땅다람쥐처럼 체온을 극단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동면에 들어가 신진대사를 크게 낮춘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보급품을 훨씬 적게 실어도 된다. 게다가 이렇게 동면에 들어가면서도 근육이나 뼈 손실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동면에 빠진 사람은 좁은 캡슐 안에 누워 있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우주 방사선과 같은 비행 중 위협에 대비하는 일도 쉬워진다. 방사선 차폐 구역을 동면용 캡슐에만 한정해 구축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태양계 행성이면서 인류의 유력한 정착지로 꼽히는 화성에 가려면 적어도 7개월이 걸린다. 이보다 먼 행성들까지는 수년 이상이 필요하다. 우주선의 속도를 높이는 연구가 진척되고, 동면 기술까지 현실화한다면 향후 인간의 우주 진출 범위가 지금보다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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