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우주여행 열쇠, ‘북극 다람쥐’가 물어다 줄까
인간의 장거리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를 북극에 서식하는 다람쥐에서 찾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체온이 영하로 내려가도 거뜬히 생존하는 이 동물의 몸 속 원리를 규명하면 인간이 동면 상태로 우주 비행에 나설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일(현지시간)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연구진이 추진하고 있는 ‘북극 땅다람쥐’의 동면 과정 분석을 연구자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 연구진은 관련 연구를 지난 10여년 간 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NASA의 본격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연구진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동물인 ‘북극 땅다람쥐’는 혹한의 땅인 미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러시아 시베리아에 분포한다. 다 자라면 몸 길이는 40㎝ 내외이고, 몸무게는 700~800g이다.
북극 땅다람쥐는 추운 지방에서 사는 많은 동물들처럼 동면을 한다. 동면 기간은 1년 중 8~9개월에 이른다. 그런데 북극 땅다람쥐의 동면에는 특징이 있다. 동면 중 체온이 다른 어떤 동물보다 낮다. 몸 속 내부 온도를 영하 3도까지 떨어뜨린다. 이래도 혈액이 얼지 않는다.
동면하는 다른 동물은 아무리 낮아도 체온을 영상 1~2도로 유지한다. 이보다 낮아지면 혈액이 얼면서 죽는다. 북극 땅다람쥐는 체온을 최대한 낮춰 신진대사를 억제한 뒤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는 동면의 목적에 매우 충실한 신체를 지녔다. 연구진은 북극 땅다람쥐가 자신의 몸 속에서 특정 화학물질을 분비해 이런 저온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해나가고 있다.
북극 땅다람쥐의 동면에는 또 다른 특징도 있다. NASA는 “자신의 신진대사를 극단적으로 느리게 만들어도 근육과 뼈가 손실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또한 일반적인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장거리 우주여행에 북극 땅다람쥐의 동면 원리가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거리 우주 여행을 하려면 비행 중 승무원이나 승객에게 공급할 영양물질과 물, 산소 같은 보급품을 다량으로 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주선의 덩치가 커진다. 우주선 제작과 발사, 운영 비용이 증가한다.
만약 사람이 북극 땅다람쥐처럼 체온을 극단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동면에 들어가 신진대사를 크게 낮춘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보급품을 훨씬 적게 실어도 된다. 게다가 이렇게 동면에 들어가면서도 근육이나 뼈 손실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동면에 빠진 사람은 좁은 캡슐 안에 누워 있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우주 방사선과 같은 비행 중 위협에 대비하는 일도 쉬워진다. 방사선 차폐 구역을 동면용 캡슐에만 한정해 구축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태양계 행성이면서 인류의 유력한 정착지로 꼽히는 화성에 가려면 적어도 7개월이 걸린다. 이보다 먼 행성들까지는 수년 이상이 필요하다. 우주선의 속도를 높이는 연구가 진척되고, 동면 기술까지 현실화한다면 향후 인간의 우주 진출 범위가 지금보다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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