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빌리는데 300만원 떼고” 서민 울리는 ‘불법대출 오픈채팅방’ 활개

전수한 기자 2023. 2. 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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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강모(39) 씨는 최근 대출 상품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오픈 채팅방 인원은 많게는 600명까지 대규모로, 개개인을 더 은밀한 1:1 채팅으로 안내해 불법대출을 소개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에 생활이 갑작스럽게 어려워진 서민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오픈 채팅방에 접근하게 된다. 정부 차원에서 단속을 강화하고, 극한 상황에 처한 서민들을 위해 한시 긴급 대출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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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고리, 신고하겠다” 말하자
“어차피 대포폰” 배짱… 강퇴시켜
최고금리제한에 대부업계 셧다운
단속 사각지대서 서민 피해 몰려
한 오픈채팅방 차 실장과의 대화. 강 씨 제보.

직장인 강모(39) 씨는 최근 대출 상품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그는 수백 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돈이 급한 강 씨는 이 채팅방에 참여해 대출 문의를 했다. 업체는 1000만 원을 빌리려면 300만 원에 이르는 ‘승인 금액’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씨가 “불법 고리 아니냐.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이 업자는 “어차피 다 대포폰이고요, 번호 바꾸면 됩니다. 수고하세요”라고 대꾸하고 그를 바로 ‘강퇴’시켰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 ‘고금리 불법대출’ 장소로 얼룩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대부업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자, 돈이 급한 취약계층을 노린 불법대출이 오픈 채팅 등 SNS로 둥지를 옮긴 것이다. 이들은 ‘승인 금액’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넘긴 이자를 대놓고 요구하고 있어 서민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 ‘대출’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당일긴급대출’ ‘대출 중개상담’ 등의 오픈 채팅방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소개 글에 ‘무직자, 저신용자, 주부, 학생’ 등을 내걸고 고물가에 신음하며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주목표로 삼는다. 오픈 채팅방 인원은 많게는 600명까지 대규모로, 개개인을 더 은밀한 1:1 채팅으로 안내해 불법대출을 소개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은 금감원·경찰의 단속망에서 벗어나 있는 ‘사각지대’다. 금감원의 불법대출 단속은 주로 금융 회사를 경유해서 이뤄지는데, 통신 회사인 카카오와는 공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신원 특정이 어렵고 ‘치고 빠지기’가 쉬운 SNS 환경을 활용해 채팅방을 폐쇄시키거나 대포폰을 쓰고 버리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망을 빠져나가기도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하고는 있지만, 저들끼리 수사방법을 공유해서 우회하는 등 추적이 어렵다”고 말했다.

오픈 채팅방 대출을 시도하는 사람이 느는 것은, 대부업계가 사실상 폐업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로 조달금리가 상승해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자, 오갈 데 없는 취약계층이 오픈 채팅과 같은 제도권 밖 불법 대출업체로 내몰리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의 80%를 차지하는 대부업체 중 절반이 사실상 ‘셧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 사이 불법 사금융 피해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서민·취약계층의 초과금리 피해 신고 상담은 △2019년 569건 △2020년 1219건 △2021년 2255건으로 3년 새 400% 가까이 급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에 생활이 갑작스럽게 어려워진 서민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오픈 채팅방에 접근하게 된다. 정부 차원에서 단속을 강화하고, 극한 상황에 처한 서민들을 위해 한시 긴급 대출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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