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간첩 활개’ 누구 책임인가

정충신 기자 2023. 2. 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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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초일류국가로 진전하는 대한민국에 새해 벽두부터 연일 간첩단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사방에 간첩이 득시글거리는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국회, 정당, 노동계, 시민사회, 종교계 등 각계각층 가리지 않고 간첩들이 독버섯처럼 암약하는 대한민국 현주소에 '북한과 체제 경쟁은 끝났다'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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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21세기 초일류국가로 진전하는 대한민국에 새해 벽두부터 연일 간첩단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사방에 간첩이 득시글거리는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국회, 정당, 노동계, 시민사회, 종교계 등 각계각층 가리지 않고 간첩들이 독버섯처럼 암약하는 대한민국 현주소에 ‘북한과 체제 경쟁은 끝났다’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보좌관이 현직에 있을 당시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회합했다는 전직 국가정보원장 증언도 나왔다. 민노총 핵심 간부까지 해외로 나가 대남공작원 돈을 받고 남대문에서 환전한 사실이 적발됐다. 제2·제3의 간첩망과 거미줄 하부망을 고려하면 최근 적발된 간첩망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지난달 31일 창원에 거점을 둔 전국 규모 ‘창원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관계자 4명이 구속됐다. ‘자통’ 조직원 4명은 2016∼2019년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북한 ‘김명성 공작조’와 접선·회합한 정황이 포착됐다. 문재인 정부 기간 북한 눈치 보느라 제대로 수사도 못한 간첩단 사건에 이어 정권이 바뀌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면서 베일에 가렸던 전국망 간첩단들이 무수히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제주간첩단 총책 역시 2017년 캄보디아에서 김명성과 접선 후 지하조직 ‘ㅎㄱㅎ’을 결성했다. ‘민노총 침투 간첩단’ 역시 총책격인 민노총 조직국장 등 전·현직 민노총 간부 4명이 2016∼2020년 10회에 걸쳐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에서 ‘리광진 공작조’와 접선했다. 조직국장은 북한 공작금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받는 목사와 지난해 말 9차례 통화, 문자메시지로 접촉했다고 한다.

최근 간첩단 공통점은, ‘직접 침투’ 대신 제3국 ‘우회침투’ 방식을 쓴다. 간첩공작부서 문화교류국 소속인 김명성·리광진 공작조 모두 중국·동남아에 거점을 마련하고 포섭 인사들을 해외로 소환해 충성 서약식과 간첩교육을 해오고 있다. 문화교류국은 포섭한 종북 세력 핵심 인사를 대남 혁명 전위대로 키워 반정부·반미·반보수 투쟁 등 한국 사회 교란을 획책하고 있다. 2021년 적발된 청주간첩단, 2015년 북 연계 목사 지하망을 비롯해 최근 드러난 간첩망은 주로 동남아 지역에서 북한 공작조와 접선·회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동남아를 선호한 것은, 북한 공관이 상주해 비상시 지원·협조가 용이하고 관광객으로 위장 출국하기 편하며, 북한 복귀가 쉽기 때문이다. 청주간첩단 혐의자들은 구속 기소됐으나 재판 지연 전술 등으로 구속 기간 만료와 보석으로 모두 풀려나 거리를 당당히 활보하고 있다.

대공전문가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내년부터 대공수사권을 단독 행사하는 경찰에 의존하는 것은 북한 간첩공작에 비단길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경찰은 해외 연계 간첩 수사 역량이 열악한데 해외 대공망 없이 간첩 검거는 불가능해져 대한민국은 ‘간첩천국’이 될 판이다. 북한 핵·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것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간첩 암세포들이다. ‘간첩과의 전쟁’을 위해 문 정부 기간 약화된 국정원과 군 정보기관 등의 대공수사권 복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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