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사랑의 이해'인데, 이 사랑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분들에게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3. 2. 2. 11:35 수정 2023. 2. 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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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투성이 이들의 사랑, 유연석만 상수네(‘사랑의 이해’)

[엔터미디어=정덕현] 제목은 <사랑의 이해>인데, 이 사랑 이해하기 어렵다. 하긴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변수 투성이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하상수(유연석)의 변함없는(아니 변하지 않으려 애쓰는) 그 모습이 유독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끝없는 변수들로 가득한 이들의 엇갈린 사랑 속에서 그만이 이름처럼 '늘 상수'로 머물러 있으려 애쓰고 있으니.

안수영(문가영)은 도망치는 중이다. 그는 하상수에게 모래성은 언젠가 무너지게 된다는 사실을 어려서 알았다며 그래서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렸다고 고백한다. 공들여 쌓은 모래성이 결국은 어떤 일을 계기로 무너질 거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나 불안한 그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했다. 거기에는 아버지의 외도와 그로 인해 겪은 가족의 불행으로 그가 갖게 된 트라우마가 어른거린다. 안수영은 눈앞으로 점점 다가오는 하상수와의 관계가 불안하기 그지없는 모래성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 불안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하상수는 그런 안수영의 말이 주는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마음에 변함이 없다. 바닷가에서 사라져버린 안수영에게 여전히 굳건히 서 있는 모래성을 사진 찍어 보내며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하지만 그 사진을 본 안수영은 더더욱 도망치려 하고, 그래서 결심한다. '상황 정리'를 확실히 하겠다고. 소경필(문태유)을 불러내 그와 하룻밤을 보낸 것처럼 꾸민다. 그건 소경필이 과거 박미경(금새록)과 사귈 때 그의 오빠가 나타나 협박을 했고 그래서 확실한 '상황 정리'를 위해 박미경을 '배신'했던 방식 그대로였다.

안수영이 던진 이 '상황 정리'를 위한 '배신'이라는 비수는 그러나 여기저기 유혈이 낭자한 상황들을 만들어낸다. 그와 동거하던 정종현(정가람)은 눈이 돌아 회사에서도 난동을 부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하상수 역시 미칠 듯한 감정에 소경필에게 주먹질을 한다. 그런 하상수를 보는 박미경 역시 더 이상 그와의 관계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걸 실감한다. 그 분노가 말해주는 건 안수영에 대한 하상수의 마음이이 크다는 것이니 말이다.

결국 정종현은 떠나고, 박미경과 하상수는 헤어진다. 사내에서는 수군수군 말들이 터져 나온다. 전후 사정을 모르고 떠드는 그 말들은 하상수도 박미경도 또 안수영에게도 비수가 된다. 안수영이 소경필과 함께 꾸민 이 '상황 정리'는 이들 모두의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간다. 그런데 그 관계 파탄의 폭풍 속에서 괴로워하면서도 하상수는 모든 이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헤어지는 박미경에게 "나 때문에 더 아프지 마."라고 말하며 눈물 흘리고, 오지 말라며 계속 밀어내는 안수영에게 "내일도 올 거야. 계속 올 거야. 얼굴 보고 힘들어 할 거야. 그러니까 우리 내일도 봐요"라고 말한다. 힘들어도 안수영을 사랑하는 마음에 변화가 없다는 걸, 그래서 그들의 관계는 결코 모래성이 아니라는 걸 하상수는 강변한다. 그런 하상수의 변함없는 모습에 안수영은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데..."라며 흔들리는 중이다.

빗속에서 정종현은 안수영에게 자신을 사랑한 게 아니라 동정, 연민한 게 아니냐고 추궁하고, 안수영은 그들이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며 그냥 사랑이 끝난 거라고 말한다. 빗물은 마치 파도처럼 이들 관계를 덮쳐 그 모래성 같은 관계를 조각조각 무너뜨린다. 정종현은 끝까지 안수영을 믿지 못하고 "진짜 잤냐"고 묻고, 안수영이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자 정종현은 "넌 진짜 나쁜 년이야"라고 말하며 떠난다. 결국 이 모래성은 무너져 버린다.

하지만 정종현이 떠나고 무너진 모래성 앞에 비를 맞으며 눈물 흘리고 있는 안수영에게 하상수가 다가와 우산을 씌워준다. 그 표정은 살짝 웃었다가 이내 슬픔을 드러내기를 반복한다. 파도 같은 비는 쏟아져 내리고 있지만 하상수는 사진 속에 여전히 멈춰서 있는 모래성처럼 그 관계를 굳건히 버텨내려 한다.

<사랑의 이해>는 벌어진 사건만 놓고 단순하게 바라보면 전형적인 엇나간 4각 멜로에 파국까지 더해진 막장드라마의 양상들처럼 보인다. 그래서 인물들이 이토록 힘겨워 하는 관계의 엇나감이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바로 삶의 환경도(심지어 스펙 같은 현실의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하는) 겪었던 과거도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를 그 관계의 변수들을 통해 보여준다. 그 어떤 멜로가 이토록 남녀의 관계 속에 담겨진 복잡하게 뒤틀린 감정들과 그걸 더 증폭시키는 현실들을 깊게 다룬 적이 있던가.

그래서 안수영의 이런 행동을 그저 '나쁜 년'이라고 한 마디로 정리하고 떠나버리는 정종현처럼, 그저 '막장'이 아니냐는 시선으로 이 드라마를 보지 못하게 된다. 대신 그 복잡하게 얽혀버린 변수들 속에서도 늘 상수로 서 있는 주인공이 온 몸으로 그 상처를 받아내면서 타인의 삶(심지어 비틀어진 트라우마나 현실까지 더해진) 전체를 끌어안으려는 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사랑을 이해한다고 쉽게 말하곤 하지만, 결코 그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이 인물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진정 사랑을 이해하는 일은 그만한 고통과 상처와 희생을 감수하는 일이라는 것.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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