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여러분은 이번 난방비, 얼마나 나왔나요?

안혜민 기자 2023. 2. 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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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쇼크부터 에너지 위기까지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2일) 마부뉴스에선 여러모로 난리였던 난방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독자 여러분은 2월 난방비 고지서 받았나요? 일부 지역에서는 발부가 되었다던데 마부뉴스도 확인해 보니까 2월 난방비 고지서가 어느새 나왔더라고요.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열어봤는데 결과는…? 워낙 1월 도시가스 요금이 크게 나와서 그런지 다행히도 지난달 요금보다는 적게 나와서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태껏 한 번도 찍어본 적 없는 가스비가 나와서 싱숭생숭한 마음은 여전한 것 같아요. 이상 기후로 북극 한파가 닥치면서 난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데 가스비가 만만치 않게 나오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괜스레 심난해지더라고요. 오늘 마부뉴스에선 독자 여러분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난방비 얼마나 나왔나요?
 

난방비 쇼크, 상황부터 정리해 보자

우선 가스비가 도대체 얼마나 올랐길래 이렇게 난리가 난건지부터 정리를 해볼게요. 한국가스공사에서는 연도별로 도시가스에 쓰이는 천연가스의 도매요금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어요. 물론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로 정리된 건 아니라서 정리하는데 애를 먹긴 했지만요. 한 번 아래 그래프를 봐볼까요? 아래 그래프는 2016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주택용, 그러니까 우리가 집에서 난방하는 데 사용하는 가스 도매 요금과 겨울철 산업용 가스 도매 요금을 비교한 자료입니다. 단위는 1MJ당 가격이고요.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원래 산업용 천연가스 가격은 주택용보다 저렴했어요. 게다가 흐름도 비슷했죠. 그런데 2020년 후반기부터 산업용의 가스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2021년 3월에 처음으로 역전했고, 7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계속해서 산업용 가스가 주택용보다 가격이 비싼 상황입니다. 반면 주택용 천연가스는 2020년 7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계속 12.9원으로 동결됐죠. 주욱 수평선이 그려진 것 보이죠? 그러다가 22년 4월, 5월, 7월, 10월에 가격이 연거푸 올랐고, 그 영향으로 이번 난방비 쇼크가 발생한 겁니다.

이번엔 똑같은 그래프에다가 새로운 선 하나를 추가해 봤습니다. 아래 그래프에 그려진 초록색 점선은 바로 천연가스 가격입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하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시점부터 급등하기 시작해요. 당연히 원자재값이 오르면 수입해서 사용하는 우리나라 가스 요금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그래서 산업용 도매요금을 보면 천연가스의 가격과 비슷한 흐름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졌어요. 반면 주택용 도매요금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던 때에도 12.9원이었죠.


한국가스공사가 주택용 가스요금을 안 올리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천연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계속 싼 값에 제공해 주면 공사 입장에서는 밑지는 장사잖아요. 그렇게 장사하면 가스공사는 빚만 늘어날게 뻔 한 상황이라 정부(산업부)에게 원료비를 올려달라는 신청을 해왔죠.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돼 있는데 공공요금까지 올리면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탓에 인상을 결정하기 어려웠던 거고요. 결국 긴 시간 동안 주택용 가스요금은 동결이 된 채 이어져왔습니다.

지금 정부와 여당에선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지난 정부가 가스공사의 인상 요구를 묵살했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가스요금 인상 요청을 8번이나 묵살하고 대선이 패하자 그 직후에 바로 인상했다는 거죠. 하지만 작년 4월, 5월, 7월, 10월에 가스비가 인상된 건 이미 2021년 말에 정해졌던 내용입니다. 지난 정부가 주택용 가스비를 산업용에 비해 올리지 않았던 건 맞지만 대선에 패하고 그 직후에 인상을 결정했다는 건 사실로 보기 어려운 거죠.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선 난방비를 두고 계속해서 네 탓 공방을 이어오고 있어요.
 

에너지 위기는 눈앞에 와 있다?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난방비 이슈에 집중하기보다 좀 더 근원적인 이슈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바로 난방에 사용되는 가스, 즉 에너지에 대해서 말이죠. 사실 이번 난방비 쇼크의 근본적인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도시가스의 원자재, 그러니까 국제 천연가스의 가격이 올랐다면 그걸 사다 쓰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가스비를 올리지 않을 수 없잖아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던 유럽 국가들 역시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었죠. 가스비 인상도 역시 이뤄졌습니다.

에너지 이슈에 집중하려는 이유는 바로 유럽보다도 우리나라가 앞으로 에너지에 관해선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가능이 높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를 해외에서 사 오고 있거든요. 얼마나 사 오길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지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KESIS)에서 제공해 주는 데이터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설명해 볼게요. 사용할 자료는 KESIS의 에너지 플로우 데이터입니다. 에너지 플로우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가 어디서 에너지를 수입하고, 또 어디서 에너지를 생산하는지 그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가장 최근 자료인 2022년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급량 현황입니다. 우리나라 에너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원유 및 정제원료, 석유제품이죠. 여기서 우리나라 1차 에너지 공급량의 40.4%가 나옵니다. 뒤이어 유연탄(및 기타)에서 22.1%, LNG에서 17.0%, 원자력에서 13.9%의 에너지가 나오는데 문제는 이 녀석들 모두 다 수입산이라는 거죠. 원유, 석유제품, LNG, 유연탄, 우라늄 모두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해 오고 있고 국내 생산은 제로입니다. 전체 에너지 중에 우리나라가 직접 생산하는 건 단 6.1%! 수력/신재생 및 기타, 열에너지 6%와 무연탄 0.1% 뿐이죠. 나머지 93.9%는 모두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유럽 국가들과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압도적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래 그래프를 봐 볼까요? Eurostat의 2021년 데이터 기준으로 EU 회원 27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55.6%입니다. 반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2.3%. 유럽 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몰타(97.1%)와 룩셈부르크(92.5%) 정도뿐입니다. 하지만 몰타의 면적은 제주도의 6분의 1 수준이고 룩셈부르크 역시 부산, 울산, 창원을 합친 정도밖에 되질 않는 작은 국가들이기 때문에 이 두 국가로 위안을 삼긴 어렵습니다.


러시아와의 마찰로 특히 심하게 고생했던 독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63.9%입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양호한 편인데 천연가스는 특히 러시아 의존도가 높았어요. 2021년에 독일이 수입한 천연가스 중에 러시아산이 66.4%나 될 정도였으니까요. 만일 러시아산 가스의 수입이 완전히 중단된다면? 독일이 러시아를 대체할 천연가스 공급원을 찾더라도 향후 1년 동안은 독일 가스 소비의 30%, 전체 에너지로 보면 8% 정도가 부족할 거라고 예측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엔 독일 GDP가 최대 3%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63.9%인 독일이 이 정도라면, 그보다 더 의존도가 심한 우리나라에 만약 러시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섣부른 예측은 위험하겠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국가들보다 수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독일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거고, 그 피해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우리들 모두가 지게 되겠죠.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럽의 노력

1991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외에서 90% 넘는 에너지를 수입해오고 있습니다. 수입 비율을 낮춰야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인 에너지 관리, 운영이 되겠죠.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가면서 수입 에너지 대신 우리가 생산하는 에너지를 확보해 나가야겠지만 당장 수입하는 원유, LNG 같은 자원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석유 같은 자원이 갑자기 뿅 하고 생길 수도 없는데 말이죠.

러시아가 천연가스라는 자원을 쥐고 유럽의 목을 조였을 때, 유럽의 선택은 러시아 대신 다른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는 거였습니다. 일단 바로 협의가 가능했던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죠. 이뿐만 아니라 유럽은 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확보하려고 눈을 돌렸는데, 바로 아프리카였습니다. 아프리카는 유럽과 가까우면서도 가스 공급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이거든요. 게다가 에너지 개발 잠재력이 풍부한 탓에 러시아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대체 지역인 거죠.

유럽은 에너지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천연가스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어요. 천연가스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수소 분야에서도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물론 아프리카 내에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고 워낙 정권이 불안정한 국가가 많다는 위험 요인은 있지만 이번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다양한 에너지 공급 루트를 확보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유럽입장에선 앞으로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해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도 유럽의 공급망 다각화는 참고해야 할 지점입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고 있는 에너지 자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해 보이는 자원들이 보이거든요. 우리나라가 지난 10월에 수입해 사용한 원유의 원산지를 살펴보면 65.3%가 중동국가에서 왔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의 비중이 34.1%로 상당하죠. 원유뿐 아닙니다.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은 러시아에서만 33.8%를 수입하고 있어요.

게다가 우리는 이미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한 혼란을 겪어본 적이 있잖아요. 독자 여러분도 아마 기억날 겁니다. 요소 수입의 97%를 중국에 의존했다가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발생했던 요소수 사태. 만일 에너지 공급망에서 요소수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면 당시의 혼란 그 이상의 패닉이 우리나라에게 닥칠 수 있을 겁니다. 그걸 막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할 거고요. 전문가들도 앞으로 발생할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물 쓰듯 쓰는 우리나라?


공급망 안정과 함께 유럽 정부들이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것은 바로 에너지 낭비 줄이기였습니다. 당장 올 겨울부터 천연가스 소비를 15% 줄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고요. 독일, 프랑스, 스페인 관공서에선 겨울철 난방 온도를 19도로 제한했죠.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선 유럽의 난방온도를 2도 낮춘다면 겨울철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만큼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어요.

사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값싸게 사용하는 편이긴 합니다.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우리가 연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75,000원 정도거든요. 반면 통신비로 사용한 금액은 13만 1,000원이죠. 물론 겨울이 되면 3분기보다 연료비가 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우리는 전화, 인터넷 값보다 더 싼 값에 연료비를 사용하고 있어요.

에너지 효율도 우리나라는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ACEEE라는 단체가 있는데 여기선 매년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국제 에너지 효율 점수를 계산하고 있는데요. 국가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건축물과 산업, 운송 분야의 에너지 효율은 얼마나 좋은지 등을 계산해 지표화 한 건데 2022년 우리나라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53점을 기록하고 있어요.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전기요금이 비싼 편입니다. ACEEE 에너지효율 점수와 각 국가들의 전기요금을 가지고 산점도를 뿌려봤습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국가들이 대부분 전기 요금이 비싸다는 걸 확인할 수 있죠. 독일, 이탈리아, 영국 같은 유럽 국가들이 대표적이고요. 참고로 그래프에서 원의 크기는 1인당 전기 사용량을 나타냅니다. 에너지 효율도 좋지 않은데 전기요금도 저렴한 편이라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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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민 기자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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