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2024년 하반기부터 내 집 마련 기회 살피세요”

오홍석 기자 2023. 2. 2. 10: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주택시장을 구출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있다. 과연 정부는 집값 하락을 막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 구매 적기는 언제일까. 모든 질문에 데이터로 이야기하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를 만났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내 집 마련을 원한다면 2024년 즈음부터 부동산 시장을 예의 주시하라”고 조언했다.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 정부가 양도세 비과세 혜택,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 등의 내용을 담아 발표한 '1·3대책’에 붙은 별명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조치가 둔촌주공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단군 이래 가장 큰 규모인 1만2032가구 아파트 분양이 미달될 위험에 처한 상황을 정부가 예의 주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거래절벽에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바람과 달리 "2024년 하반기 혹은 2025년까지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가 있다. 바로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다. 김 대표는 "2021년 말이 절호의 매도 타이밍이 될 것"이라고 예측해 맞힌 몇 안 되는 부동산 전문가다.

김 대표는 학부에서는 수학을, 대학원에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 스트레스를 받아 40대 초반부터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3, 4년간 유명하다는 강의를 다 찾아 들으며 고시 공부하듯 부동산 공부를 했다. 강의비로만 5000만 원을 넘게 썼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부동산 공부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자타 공인 전문가들이 데이터가 아닌 감에 의존해 시장을 분석하는 게 찜찜해 자신의 전공을 살려 2016년부터 직접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결과물이 부동산 빅데이터로 투자를 조언하는 프로그램 '리치고’다.

김기원 대표가 말하는 빅데이터의 강력함은 현재의 상황을 기존의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아무리 전문가이더라도 한 인간이 섭렵하지 못하는 방대한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빅데이터 부동산 전문가답게 어떤 질문을 해도 그래프를 꺼내 보이며 수치와 데이터로 답변했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마치 일대일 부동산 속성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김 대표는 질문을 통해 학생에게 가르침을 주는 소크라테스의 '산파식 화법’을 즐겼다. "인구 감소 시대에 통화량이 늘어날까요 줄어들까요?" 아리송한 질문을 던져 기자가 생각하도록 유도한 뒤 그래프 자료를 꺼내 보이며 자신의 물음에 답했다. 정부의 잇따른 조치에도 하락을 예측한 그의 주장에 대한 근거와 함께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의 매수 적기는 언제인지 물었다.


정부 규제 완화, 시장 영향 미미할 것

김기원 대표가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만든 주택구매력지수(HAI). 그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주택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보다 어렵다.

정부의 이번 1·3대책, 어떻게 보셨나요.

둔촌주공 구하기 작전이라는 평가에 동의합니다. 둔촌주공 경쟁률이 2순위까지 갔는데도 6 : 1이 안 나왔어요.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평균 청약 경쟁률이 20 : 1이 넘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고 우려가 현실이 된 겁니다. 지난해 중순부터 전세가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급락이 시작됐습니다. 이 분위기가 둔촌주공에까지 이어졌다고 봅니다. 미분양이 늘면 현금 흐름이 경색되면서 건설 회사부터 금융권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에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던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2024년 하반기, 2025년 즈음까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고 예측했는데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임대차 3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엄청난 거품이 껴 있습니다. 가령 서울 아파트값이 가장 쌌던 2013년도에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13이었습니다. 현재 27까지 올라 있습니다. 주택구매력지수(HAI)로 살펴봐도 결과값은 비슷합니다.

주택구매력지수는 무엇인가요.

HAI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데이터’ '아파트 가격 데이터’ '소득 데이터’를 합산한 데이터입니다. 소득 대비, 담보대출 금리 대비 현재 부동산이 고평가됐는지, 저평가됐는지를 보여줍니다. 주택구매력지수가 높을수록 집을 장만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택구매력지수가 36 정도였고, 2014~2015년에는 60~70까지 갔습니다. 2022년 3분기 자료를 보면 28로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시장이 안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리는 앞으로도 더 오를 예정이고 경기도 좋지 않아 주택 구매력지수가 높을 수 없죠. 앞으로도 집값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양도세 · 대출 규제 완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 같은 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데도요.

효과가 크지 않으리라 봅니다. 지금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보고 다시 반등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를 낮추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올린다고 합니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도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경기가 안 좋으니 전세가마저 떨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부동산 시장 반등의 관문은 전세가라고 생각합니다. 전세 수요는 투자 목적이 아닌 오직 실수요만 모여 있습니다. 전세 수요가 실수요이다 보니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먼저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는 오히려 급락하고 있습니다. 수요가 낮은데 가격이 오를 리 만무하죠.

올해 하반기면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인데요. 긴축 기조가 끝나도 집값 하락은 계속될까요.

금리가 실물경제에 반영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는데 주택시장에 반응이 온 건 2022년 4월부터거든요. 앞으로도 당분간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에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되리라 봅니다.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2024년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는 건가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2분기 이후 2011년 3분기나 돼서야 이전 집값이 회복됐습니다.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 거죠. 이번에는 집값이 오르고 거품이 빠지는 속도로 봐서 하락세가 2024년 중후반까지 이어지리라 봅니다. 실수요자분들은 2024년 즈음부터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가지시길 권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가격을 문재인 정부 초기 시절로 되돌리겠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요. 하락폭은 얼마나 될까요.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3.3m2당 가격이 고점일 때 4000만 원 초반대까지 갔다 현재 3000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17년, 2018년 가격까지 떨어지리라 봅니다. 그러면 지금 가격에서 20~30% 더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더욱 강력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겠네요.

결국 올해 안에 강남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대부분의 규제가 걷히리라 봅니다. 2013년 주택시장이 침체되자 4월부터 12월 사이 신축·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세를 면제해준 적이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미분양이 늘면 경제 전반에 끼치는 악영향이 막대하기에 저는 비슷한 수준의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강남을 종착지이자 목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강남불패 신화는 계속될까요.

(노트북 화면에 그래프를 띄우며) 보시면 알겠지만 지난 15년간 한번 떨어졌을 때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던 지역이 강남(15.1%)입니다. 데이터로만 보면 '강남필패’인 셈이죠. 애초에 많은 분이 '강남불패 신화’에 대해 오해하고 계십니다. 강남불패는 대한민국에서 서울,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지역임을 의미하지 강남 부동산 투자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영끌족들 버티는 수밖에 답 없어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30%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관망세로 진단하는 사람들은 거래절벽으로 인해 '실거래가’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근거를 자주 든다. 데이터 자체가 표본이 적어 반등도 하락도 예상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적은 표본에도 불구하고 김기원 대표가 자신 있게 하락을 예측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역대급 거래량을 기록한 빌딩도 아파트 가격의 추세를 따라갈까. 서민들이 궁금해할 전세가, 빌딩의 상황은 어떨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영끌족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은 거래절벽이라 '실거래가’ 데이터가 부족해 판단이 이르다는 주장이 있기도 한데요.

맞습니다. 지금은 이른바 '거래 빙하기’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호가에 주목합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팔겠다는 가격, 호가로 시장 추이를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가령 수요가 탄탄하다고 알려진 서울 서초구를 보면, 대장 아파트 '레미안퍼스티지’는 2022년 8월에 36억5000만 원이었는데 현재 31억 원입니다. 6개월간 호가가 15% 떨어졌습니다. 전세의 경우에는 30% 떨어졌습니다. 옆에 있는 '아리팍(아크로리버파크)’은 언론에도 부동산 가격의 바로미터 격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6개월간 호가가 6.7% 떨어졌고 전세는 36.8% 하락했습니다. 이런 데이터는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근거로 충분합니다.

거래절벽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영끌족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인가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살 사람은 다 샀기 때문입니다. 2030까지 영끌해서 다 샀으니 더 이상 시장에 수요가 많이 남아 있을 리 없습니다. 두 번째는 금리가 너무 올라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워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적습니다.

영끌해서 집을 산 사람들은 매물을 쥐고 있는 게 맞을까요.

음…. 사실 답이 없는 얘기이긴 합니다. 소박하게 가족이랑 살 집을 장만했을 뿐인데 상황이 이렇게 안 좋아질지 예상 못 하신 거죠.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겁니다. 그럼에도 버티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소비를 줄이고 투잡, 스리잡을 뛰더라도 버티셔야 합니다. 이자비용이 큰 분들은 이자가 적은 상품으로 갈아타시고, 정부가 '보금자리론’ 같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알아보면 좋겠습니다. 버티셔야지, 지금 매물을 던지면 평생 모은 돈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전세 가격은 언제쯤 반등할까요.

말씀드렸다시피 전세 가격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세를 선행합니다. 조금 더 빨리 반등이 올 수 있고, 일부 지방은 서울보다 먼저 가격이 오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아파트 중심으로 이야기했는데 빌라나 상업 건물에도 해당하나요.

큰 추세는 비슷하게 가리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요즘 '꼬빌푸어’라는 말이 나옵니다. 꼬마빌딩 푸어의 줄임말이죠. 요즘 제일 힘든 분들이 영끌해서 꼬마 빌딩 사신 경우입니다. 2021년 초중반 주식과 코인 상황이 좋았을 때, 빌딩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가장 많이 증가했습니다. '돈도 모였는데 나도 건물주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인드로 사람들이 뛰어들었던 거죠. 주택은 대출 규제라도 있었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제2금융권에서 90%까지 대출해준 경우도 있습니다. 담보대출 금리가 2배씩 뛰다 보니 건물 가격은 반토박이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1000만 원 내던 이자가 2000만 원이 됐을 텐데, 아무리 자산가라 할지라도 이자를 치르기 쉽지 않죠. 이런 분들이 아마 지금 마음고생이 제일 심할 겁니다.

부동산 시장 분석가로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부동산은 시장이 요동치면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손해고 국민들에게도 너무 큰 피해가 옵니다. 부동산을 산다는 건 인생의 가장 큰 결정을 내린 것과 같은데, 몇억 원씩 왔다 갔다 하면 얼마나 속상합니까. 제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기업도 정부도 여전히 감으로, 주먹구구식으로 부동산 정책을 결정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서였습니다. 저는 데이터가 이러한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 최근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립니다. 빌라 사려는 분들 대부분 서민이거든요. 정부가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을 내리고, 제도를 바로 세워 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주택시장 #부동산하락 #내집마련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Copyright © 여성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