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일체화된 여당 대표”가 옳은가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2.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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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일체감 느끼면서
그를 배제·분리할 줄도 아는
경계에 서는 지혜를 갖춘
당 대표가 국민의힘엔 필요
무릇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기현 의원(오른쪽 두번째)과 안철수 의원(오른쪽 세번째), 조경태 의원(오른쪽 네번째) 등이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국민의힘 양천갑 당원대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호영기자]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그룹인 ‘윤핵관’의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밝힌 “대통령과 일체화된 당 대표’”주장을 접하고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이다. 장 의원은 “그런 당 대표를 뽑아서 우리 당을 완벽하게 윤석열과 함께 가는 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이 말한 ‘일체화된 당 대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뒷받침하는 당 대표라는 뜻일 것이다. 문제는 ‘전폭적 뒷받침’이 무엇을 의미하느냐이다. 대통령의 의중을 살펴 그 뜻을 추종하는 당 대표를 뜻한다면 그건 옳지 않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이 100명이 넘는 원내 2당이다. 의원들은 모두 각자가 국민 뜻을 대변하는 헌법 기관이다. 대통령과 독립된 존재여야 한다. 그게 헌법의 요구 사항이다. 만약 그 의원들이 속한 당 대표가 대통령의 부하 직원 구실을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다.

그런 당 대표는 대통령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직언할 사람이 대통령에게 필요하다. 그와 일체화된 당 대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깊은 의문이 든다. 장제원 의원과 연대해 당 대표직에 도전했다고 하는 김기현 의원도 그런 사람이 아닐 것으로 믿는다. 정치인이라면 무릇 자신의 독립된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당 대표는 어떤 관계여야 할까. 양자의 관계 역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다. 인간관계 속에서 올바른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석 건국대 철학과 교수의 책 ‘인생명강 08 - 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타인은 나의 정체성을 위해 배제되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타인과 내가 하나가 되어버리면 나라는 존재가 들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오롯이 서기 위해서는 타인과 일체감을 느끼는 동시에 분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체감만도 아니고 분리만도 아닌 그 경계 지점에 바로 자아가 있다. “

당 대표 역시 경계에 서 있어야 한다. 그의 자리는 대통령으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대통령과 협력해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대통령과 원팀이라는 일체감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당 대표가 대통령과 아예 하나가 돼야 한다면 당 대표를 당원의 총의로 뽑을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지명하면 된다. 당 대표가 그 자리에 걸맞은 정체성과 역할을 유지하려면 때때로 대통령을 분리하고 배제할 필요가 있다. 일체감과 분리 사이에서 올바른 경계점을 찾을 때 성공적인 당 대표가 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과 일체감 없이 분리만을 추구했다. 그가 실패한 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분리가 배제된 일체화만 추구해서도 안 된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경계에 설 줄 아는 지혜를 가진 당 대표가 필요하다. 김석 교수는 “자아는 그만큼 역동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아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나와 타자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경계 지점에 대해 잘 이해하고 늘 이 상호작용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과 관계를 설정할 때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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