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일체화된 여당 대표”가 옳은가 [핫이슈]
그를 배제·분리할 줄도 아는
경계에 서는 지혜를 갖춘
당 대표가 국민의힘엔 필요
무릇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이
장 의원이 말한 ‘일체화된 당 대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뒷받침하는 당 대표라는 뜻일 것이다. 문제는 ‘전폭적 뒷받침’이 무엇을 의미하느냐이다. 대통령의 의중을 살펴 그 뜻을 추종하는 당 대표를 뜻한다면 그건 옳지 않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이 100명이 넘는 원내 2당이다. 의원들은 모두 각자가 국민 뜻을 대변하는 헌법 기관이다. 대통령과 독립된 존재여야 한다. 그게 헌법의 요구 사항이다. 만약 그 의원들이 속한 당 대표가 대통령의 부하 직원 구실을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다.
그런 당 대표는 대통령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직언할 사람이 대통령에게 필요하다. 그와 일체화된 당 대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깊은 의문이 든다. 장제원 의원과 연대해 당 대표직에 도전했다고 하는 김기현 의원도 그런 사람이 아닐 것으로 믿는다. 정치인이라면 무릇 자신의 독립된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당 대표는 어떤 관계여야 할까. 양자의 관계 역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다. 인간관계 속에서 올바른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석 건국대 철학과 교수의 책 ‘인생명강 08 - 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타인은 나의 정체성을 위해 배제되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타인과 내가 하나가 되어버리면 나라는 존재가 들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오롯이 서기 위해서는 타인과 일체감을 느끼는 동시에 분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체감만도 아니고 분리만도 아닌 그 경계 지점에 바로 자아가 있다. “
당 대표 역시 경계에 서 있어야 한다. 그의 자리는 대통령으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대통령과 협력해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대통령과 원팀이라는 일체감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당 대표가 대통령과 아예 하나가 돼야 한다면 당 대표를 당원의 총의로 뽑을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지명하면 된다. 당 대표가 그 자리에 걸맞은 정체성과 역할을 유지하려면 때때로 대통령을 분리하고 배제할 필요가 있다. 일체감과 분리 사이에서 올바른 경계점을 찾을 때 성공적인 당 대표가 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과 일체감 없이 분리만을 추구했다. 그가 실패한 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분리가 배제된 일체화만 추구해서도 안 된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경계에 설 줄 아는 지혜를 가진 당 대표가 필요하다. 김석 교수는 “자아는 그만큼 역동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아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나와 타자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경계 지점에 대해 잘 이해하고 늘 이 상호작용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과 관계를 설정할 때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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