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청소부이자 작가인 N잡러의 ‘나 다운 삶’을 산다는 것

2023. 2. 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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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작가

‘나 다운 삶’이라는 문구는 즉 ‘남들과는 차별화된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남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아도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삶. 바로 주체적인 삶을 나타내는 문구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런 의미로 청소부와 작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34살 청년 ‘김예지’도 ‘나 다운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

막상 26살 청소 일을 시작했을 땐 그것이 나 다운 삶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미대를 졸업해 회사를 다니다 조직생활에 맞지 않은 나를 발견했고 그 이후 회사가 아닌 다른 일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그림’이었다. 미대를 나왔기도 했고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기도 했던 나에게 직업으로서도 욕심이 났다.

그런 마음에 퇴사와 동시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을 했으나, 그 일이 만만치 않았다. 고작 1년 다닌 회사의 경력도 그림과는 관련이 없었고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도 없던 시절이라 갑자기 누군가 나에게 일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생계는 이어가야 했던 나는 아르바이트를 2-3개 병행하며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시간을 1년 정도 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런 날 보던 어머니가 ‘청소 일’을 함께 해보지 않겠냐 권했다. 그 일에 대해 들어보니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보다 훨씬 가성비 좋은 일이었다. 내가 열심히만 하면 한달 300만원 정도는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26살 어머니와 함께 이 일을 시작했다.

이 일도 역시나 만만치는 않았다. 장점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기에 단점이 일을 할수록 더 두드러지게 다가왔다. 첫 번째로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우리가 흔히 길을 지나거나 어느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청수부들은 거의 대부분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많다. 그렇다면 반대로 26살 막 청소 일을 시작한 내가 어떻게 보였겠는가. 너무나도 이질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직업에는 이미지가 있다. 경찰관, 승무원, 선생님, 경비원, 버스기사. 자 어떤가? 직업을 듣자마자 나이대와 성별까지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청소부도 그렇다. 남들이 보기에 내가 그 일을 하기에 너무 어려 보였던 거다. 그리고 그 시선이 자주 주눅들게 만들었다. 왠지 하지 말아야할 일을 하는 기분이 들었고 시선을 받는게 견디기 어려웠다. 세상 살면서 그렇게 많은 시선을 받아본 건 처음이었으니깐.

두 번째로는 실패자 취급을 받는 일이었다. 시선을 넘어 나에게 다가와 질문하는 분들도 종종 있었다. 어쩌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왜 좋은 회사에 들어가려 노력하지 않고 이런 일을 하냐?“라는 말까지 정말 다양한 질문들을 받았다.

대부분 나를 걱정하는 말들이었다.(가끔은 그런 나를 기특하게 여기는 분들의 응원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질문의 비중은 알다시피 “젊은데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어?”라는 어투가 많았다. 마치 사회에 낙오된 실패자를 대하는 태도였다.

이 두 가지가 청소 일을 하면서 꽤 많은 어려움을 줬다. 그럼에도 나는 9년이 넘게 청소 일을 하고 있다. 왜냐고? 나와 잘 맞으니깐. 그리고 ‘나 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니깐. 내가 원하는 그림을 생계적 어려움 없이 그릴 수 있는 안정적 수입과 원하는 시간대로 설정해 만약 다른 수입원이 생기면 유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무엇보다 조직생활을 싫어하고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사회적 시선과 질문만 견뎌내면 더 큰 베네핏이 있었다. 그 사람들의 시선과 질문은 한 순간이다. 그들은 그렇게 뒤 돌아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그런 작은 것들에 내가 원하는 삶을 놓치긴 아까웠다. 그리고 청소 일이 준 또 하나의 선물 바로 ‘저 청소일 하는데요?’다.

그토록 원하던 그림 일을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줬던 나의 첫 작품이었고 그 책을 계기로 다양한 직업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현재 5개의 직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청소부,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강연가, 선생님’이다. N잡러가 될 수 있었던 근원은 바로 청소 일이었다.

이제는 ‘김예지’라는 사람만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삶도 생겨났다. 정말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는 요즘. 거기다 한 가지 직업만을 고집하지 않는 요즘. 그 안에는 정말 ‘나’라는 존재가 가장 잘 녹아 있어야지만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마지막으로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삶은 정답이 없으니 ‘나’를 많이 알고 파악해 정말 스스로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을 해보라는 말이다. 사회인이 돼 직업을 가지면 내 인생에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 된다. 그 일이 나라는 사람을 녹여낼 수 없을 때 우리는 끝없는 괴로움에 시달리게 되는 것 같다. ‘나’라는 주체로 살아가는 삶이 되길. 현재를 살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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