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

은현탁 기자 2023. 2. 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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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뜬금없이 장외투쟁을 벌인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2016년 '국정 농단'사건 이후 처음으로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알다시피 민주당의 '이재명 구하기'는 너무 노골적이다.

민주당은 20대 대선 이후에는 오로지 '이재명 방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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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투쟁 소수당의 최후 선택
이재명 의혹은 민주당과 무관
특정인의 정당 아닌지 의구심
은현탁 논설실장

더불어민주당이 뜬금없이 장외투쟁을 벌인다고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장외투쟁은 소수 정당이 선택할 수 있는 일종의 여론전이다. 국회의원들이 회기 중에 거리로 나선다는데 오죽했으면 그럴까 이해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국민들도 그만한 이유와 명분이 있으려니 생각한다.

장외투쟁은 양날의 검이나 다름없다. 과거 민주화 과정에서는 굴곡진 시대에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하다 하다 못해 최후의 수단으로 길거리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며 엄청난 폭발력을 보인 적도 있다. 1986년 3월 신한민주당의 '1000만 인 서명 운동'은 직선제 개헌의 단초가 됐다.

장외투쟁은 권위주의 시대 이후에는 소수 정당의 정치적 무기로 전락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거리로 나섰다. 2010년 4대강 사업의 예산 통과와 관련해 민주당의 전국 순회 투쟁이 있었고, 2013년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천막 농성이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5년 야당 대표 시절 교과서 국정화에 반발해 1인 시위를 벌였다. 다만 장외투쟁이 국민 여론과 엇박자가 났을 때는 역효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2016년 '국정 농단'사건 이후 처음으로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169석 원내 다수당이 장외투쟁을 벌인다니 잘 와닿지 않는다. 국민들이 수긍할 만한 불가피한 상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오로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차원인데 국민 여론이 뒷받침할 리 만무하다. 특정 개인을 위한 장외투쟁은 듣느니 처음이다.

알다시피 민주당의 '이재명 구하기'는 너무 노골적이다. 더 웃긴 것은 이상한 3단 논법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대표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배했고,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 보복성 수사를 벌이고 있고, 그래서 장외투쟁에 나섰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런 비뚤어진 시각이 결국 극단적인 장외투쟁을 부르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나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일뿐, 지금 민주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20대 대선 이후에는 오로지 '이재명 방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곧바로 인천계양을 재보궐선거에 나와 금배지를 달았고, 그 이후에는 당대표 경선에 나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당헌당규까지 개정해 이 대표가 기소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2중 3중 방탄막을 쳤다고 보면 된다.

1월 임시국회와 2월 임시국회도 이 대표 방탄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의식해 상시 국회 문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올라오면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즉각 부결시키는 수순이다. 이 대표가 시장통을 돌면서 무고함을 강변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설 연휴 전에는 대선 유세하듯 재래시장을 돌며 지지층 결집을 유도했다.

이것저것 다 먹히지 않다 보니 이제 국회의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정적 제거를 위해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최악의 현장이다.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겨울이 아무리 깊고 길어도 봄을 이길 순 없다"고 밝혔다. 누가 누구를 나무라는지 견강부회가 따로 없다. 민주당이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정당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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