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보행자 안전, 가마 문화의 극복으로 부터

윤소식 경찰청 교통국장 2023. 2. 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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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교통안전은 후진국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닌다.

경제수준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고 K-컨텐츠가 세계에서 인정하는 문화강국이 되었지만 교통사고 사망자는 OECD 최하위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혹자는 서구의 '마차 문화'와 우리의 '가마 문화'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보행자 사고가 많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가마가 자동차로 바뀌면서 보행자보다 자동차가 중심이 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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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식 경찰청 교통국장

우리에게 교통안전은 후진국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닌다. 경제수준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고 K-컨텐츠가 세계에서 인정하는 문화강국이 되었지만 교통사고 사망자는 OECD 최하위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축구와 교통에 있어 국민 모두가 전문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는 운전대만 잡으면 "이래서 아직 멀었다"는 비난을 쏟아내곤 한다.

하지만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의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2736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를 기록했다.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1991년에 1만3429명이 사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80%나 줄어든 수치이다. 게다가 자동차 승차 중 교통사고로 범위를 좁혀 보면 인구 10만명당 사망자가 OECD 회원국 중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에 타고 있을 때만큼은 자동차 제조 강국에 걸맞게 교통안전 선진국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나 보행자 교통사고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비중은 전체의 35.5%로 OECD 평균의 2배이다. 또한 인구 10만 명당 보행 사망자도 OECD 평균보다 2.6배나 높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혹자는 서구의 '마차 문화'와 우리의 '가마 문화'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보행자 사고가 많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과거 서구권에서는 주로 마차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했다. 말은 사람이 나타나면 멈추는 성질이 있다. 말이 자동차로 바뀌면서 사람이 있으면 자동차 또한 멈추는 문화로 이어졌고, 이는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로 자리잡았다.

반면 우리의 '가마 문화'는 어떠한가. 높은 분들이 타고 다녔던 가마는 가마꾼이 사람들에게 "물렀거라"를 외치면서 길을 트게 만들어 멈추지 않고 다녔다. 가마가 자동차로 바뀌면서 보행자보다 자동차가 중심이 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물론 보행자 교통사고는 인구밀도, 도로의 여건, 자동차 수, 연령대별 인구 구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어 우리 문화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차 조심해라"는 얘기를 지금도 듣고 있는 걸 보면 우리의 자동차 중심 문화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가마 문화' 이야기에 새삼 공감하게 된다.

경찰은 최근 들어 자동차 중심의 문화를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해 오고 있다. '사람이 보이면 일단멈춤' 캠페인이나 도시부의 속도를 낮춰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속도 5030' 등의 보행자 안전 정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중앙선이 없는 주택가 골목길에서는 보행자가 차보다 통행우선권을 가지도록 하고, 횡단보도 주변에 건너려는 사람만 있어도 차가 멈춰서 양보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고쳐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8년부터는 보행 중 사망자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더 많이 줄어들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보행 중 사망자는 전년보다 8.3%가 줄어 전체 사망자 감소율 6.2%를 상회했다.

가마꾼들이 사람들에게 물러나라고 소리치던 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신호인 것 같아 교통경찰의 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도로는 어쩔 수 없이 사람과 차가 공존하는 공간일 수밖에 없다. 마차든 가마든 사람을 피해 다닐 수만은 없는 것이 현대사회이다. 아무리 속도를 낮추고 법적인 보호를 강화한다 해도 보행자가 무작정 차도로 뛰어든다면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차는 사람을 피해 가지 않는다. 보행자 스스로 차를 보면서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이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보행자도 기본적인 교통규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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