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사에 진심인 정부… 네이버·카카오·쿠팡 후보군 부상
IT 등 국내 기업 2~3곳 접촉... 시너지 검토
금산분리 완화에 금융권도 물망
28㎓ 사업화 어려워, 초기 비용 ‘부담’
실현 가능성 ‘글쎄’…컨소시엄도 가능
정부의 연내 ‘제4 이동통신사’ 선정 공식화로 사업 참여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포털과 콘텐츠, 메신저 등의 경쟁력을 갖춘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오픈마켓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을 펼치고 있는 쿠팡 등이 거론된다. 또 KB금융이나 토스, 신한, NH농협 등 알뜰폰 사업에 진출해 있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금융권도 주요 후보군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와 화상 면담을 통해 스타링크를 언급하고, 통신망 협력을 제안한 만큼 미국의 스페이스엑스 등 외국 기업의 참여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제4 이통사 추진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원이 아닌, ‘통신시장 경쟁촉진’이라는 대통령실의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제4이통사 관련 2~3개 기업 접촉
2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국내 2~3개 기업이 이번 28㎓ 신규 사업자 신청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문의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IT 분야 등 2~3개 기업의 문의가 왔고 아직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기업명이나 업종을 밝힐 수 없다”라며 “28㎓는 물론 저대역 전국망 사업자까지 문이 열려 있고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도 협의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사업자 진출로 기존 이동통신사로부터 회수한 5세대 이동통신(5G) 28㎓ 대역을 신규 사업자에 최소 3년간 독점 제공해 경쟁자 없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시간을 벌어주겠다고 밝혔다. 또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망 구축 대가 후정산, 기존 통신사 설비 활용, 통신사에 지불할 상호접속료 저감 등 지원책을 총동원했다. 여기에 산업은행 등을 통한 4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도 지원하기로 하면서 기업의 관심이 커졌다.
다만, 통신업 특성상 전국망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실제 사업 참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총 7차례에 걸쳐 제4이통사 선정을 추진했지만 매번 자본력 부족으로 사업자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업 참여 가능 기업으로 네이버·카카오·쿠팡을 꼽고 있다. 네이버는 현재 28㎓ 특화망 이음 사업자다. 신사옥인 1784는 5G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을 연결한 스마트오피스로 설계됐다. 또 포털, 음악·영상·웹툰 등 콘텐츠와 커뮤니티, 클라우드 등 현재 사업과 통신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다만, 단말기조차 없는 상황에서 28㎓ 주파수를 활용하는 콘텐츠 생태계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특정 스팟(지점)에서 300개의 28㎓ 기지국을 세울 경우, 3000억원이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사업화할 수 있는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일반 통신 사업자처럼 전국망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하거나 기존 통신사 망을 빌려 쓸 경우, 알뜰폰과 큰 차이점 없이 통신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카오의 상황도 비슷하다.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각종 콘텐츠, 카카오페이 등과 사업 연계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카카오 통신사 가입자가 카카오페이로 휴대전화 요금을 납부할 경우, 요금을 할인해줄 수 있고 카카오의 유료 서비스 등을 더한 요금제, 멤버십 설계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초기 투자비가 높은 만큼, 네이버와 카카오 혹은 네이버 연합군, 카카오 연합군 등의 컨소시엄을 구축해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컨소시엄을 통해 투자금의 부담은 낮추면서 IT에 특화된 통신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2011년 현대그룹이 컨소시엄을 구축한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제4이통사에 도전한 사례도 있다.
쿠팡플레이라는 OTT를 서비스하고 있는 쿠팡도 주요 후보군으로 꼽힌다. 쿠팡은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축구장 500개 규모의 물류·신선센터·배송캠프를 가지고 있다. 물류센터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기 때문에 28㎓ 주파수를 활용해 로봇, 물류시스템 등을 묶는 스마트 물류센터를 구축할 수 있다.
5G 이음 사업자와 관련해 쿠팡이 후보군으로 항상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특히 쿠팡은 현재 자급제 단말기 유통망 1위 기업이기도 하다. 예컨대 쿠팡이 단말기를 판매하면서 쿠팡모바일에 가입할 경우 할인해주는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네이버, 카카오, 쿠팡 측은 입을 모아 “제4이통사와 관련해 검토하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8㎓ 사업이 잘됐다면 통신사들이 사업을 안 했을 리가 없다”라며 “일부 기존 사업과 통신업의 시너지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통신사조차 5G 품질 이슈가 터지는 상황에서 네카쿠 등이 제4이통사 사업에 참여하기에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 금산분리 논의에 금융권도 후보
최근 알뜰폰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금융권도 제4이통사의 주요 후보군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예고한 가운데 금융사가 알뜰폰 시장을 넘어 통신업으로 진출할 기회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통신시장에 본격 진입하면 금융·통신이 결합된 다양한 요금제를 구성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은행에서 만든 알뜰폰 서비스 KB리브엠이다. 국민은행은 금산분리 규제를 받고 있어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경쟁사 대비 파격적인 요금제로 이목을 끌며 서비스 출시 3년여 만에 가입자 35만명을 돌파했다. 알뜰폰 점유율이 17%까지 올라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지난달 30일 인터넷전문은행 겸 모바일 금융 플랫폼 기업 토스가 남는 데이터를 포인트로 지급하는 ‘캐시백 개념’을 앞세워 알뜰폰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도 알뜰폰 사업 진출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페이스엑스 같은 해외 기업도 거론된다. 해외 기업이 직접 주파수를 할당받고 진출하긴 어렵지만, 컨소시엄을 구축해 투자 형태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공격적인 유인책에도 신규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통신비 압박과 정부의 가계통신비 정책이 지속되며 통신 사업만으론 성장하기가 어려워졌다. 또 알뜰폰을 제외하면 20년째 유지돼온 5대3대2 구조를 신규 사업자가 깨기는 쉽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28㎓ 대역 단말기가 없을 정도로 활용성이 떨어지는데 신규 사업자가 관심을 보일지 의문이다”라며 “특히 올해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소비 둔화를 이유로 투자 축소 움직임까지 있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의 투자가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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