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별별] 나경원 사태가 보내는 경고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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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누가 대통령실 인사 검증에 선뜻 동의하겠나."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인사 검증 자료를 손에 쥐고 압박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나 전 의원으로서는 인사 검증 동의가 제 발등을 찍는 일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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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누가 대통령실 인사 검증에 선뜻 동의하겠나.”
‘나경원 사태’를 관전한 여권 인사들이 내놓은 뜻밖의 촌평이다. 특정 정치인의 진퇴를 놓고 권력투쟁을 벌이는 게 정치권의 일상인데, 나 전 의원의 전대 불출마가 윤석열 정부 장관 인사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여권 인사들은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3ㆍ8전당대회 출마 문제로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정권 초 나 전 의원이 입각이 불발된 문제를 거론한 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 지적한다.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이 출마 의지를 굳혀가자 ‘제2의 김의겸ㆍ조국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으며 나 전 의원이 장관 인사 검증에서 결격 사유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나 전 의원을 인사청문 절차가 없는 장관급 자리인 저출산위 부위원장과 환경기후대사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친윤계 인사가 물밑에서 제기한 의혹 중에는 그간 언론에서 거론한 수준을 넘어서는 구체적 정황이 포함돼 있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인사 검증 자료를 손에 쥐고 압박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나 전 의원으로서는 인사 검증 동의가 제 발등을 찍는 일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 감’이라던 평가는 ‘이번 일로 정치생명은 끝났다’로 단숨에 바뀌었다.
물론 결격 사유가 분명한 사람을 공직에 쓸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적 판단을 돕는 게 아닌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이번처럼 인사 검증 절차가 자신을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전례를 보여주며 공포심을 조장한다면 정권의 인사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로 인사검증 기능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으로 넘어가면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난해 12월 국정원이 ‘보안업무규정’을 개정해 고위공직자 등에 대한 신원조사 기능을 확대키로 하면서 ‘대통령 존안자료’ 부활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된 터다.
존안자료는 국정원 등 정보ㆍ사정기관이 주요 공직 인사를 대비해 세간의 풍문 및 세평을 수집해 놓은 인사 파일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박정희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정치인ㆍ기업인 등의 ‘X파일’이 실제 국정원 메인 서버와 일부 기록에 남아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유력 정치인 등을 흔드는 데 이용된 나쁜 전례 탓에 불법적 정치 개입ㆍ민간인 사찰이라는 꼬리표가 달렸고 적폐로 여겨진다.
그렇지 않아도 장관 후보자 찾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실력을 갖춘 이가 적어서가 아니라 검증을 꺼리는 이들이 많아서라고 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집권 초 조각 당시 가족이 반대한다며 인사 검증 동의 단계부터 고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며 “적임자다 싶은 사람들이 ‘장관 한번 하려다 패가망신하긴 싫다’고 손사래를 치고, 그러다 보니 7순위, 8순위까지 기준을 낮춰도 인사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말한다.
정치권에선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을 금언처럼 여긴다. 총선 승리도, 정권의 성공도 결국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나경원 사태’가 여권이 스스로 손발을 자른, 정치의 실패가 아니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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