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의원 성추행' 세종시의장 살려준 '아마추어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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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의 버티기가 세종시의회의 '아마추어 사무처'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1일 이소희 국민의힘 세종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사무처에 접수된 의장 불신임안 관련, 이 시의원은 본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이던 지난달 29일 사무처에 의사 진행 발언 신청서를 제출했다.
시의회 사무처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 받은 답변도 "의장은 제척된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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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권한 강화 자치법 시행 1년 불구
의장 하나에 힘 못쓰는 광역지방의회
의회 불신 누적...지방 자치 갈길 멀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의 버티기가 세종시의회의 ‘아마추어 사무처’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고비고비마다 유관 기관에 공문을 보내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등 기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월 13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됐지만, 의회가 주어진 권한에 걸맞은 업무 수행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이소희 국민의힘 세종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사무처에 접수된 의장 불신임안 관련, 이 시의원은 본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이던 지난달 29일 사무처에 의사 진행 발언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신청서를 낸 뒤 ‘의장은 제척 대상이니 의장이 아닌 부의장한테 전달하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며 “그러나 사무처는 상 의장한테 보고했는지, ‘의장이 신청을 불허해서 부의장한테 전달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해당 안건에 대해선 의장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됐다는 이야기다. 시의회 사무처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 받은 답변도 “의장은 제척된다”고 돼 있다.
중심 필요 사무처가 갈팡질팡
이 의원은 또 “사무처가 ’의사 진행 발언 신청서를 박란희 부의장한테 전달하러 가는 길이다’라고 밝힌 뒤 얼마 안 있어 ‘의사 진행 발언 신청 허가는 의장님 고유 권한이라 불허됐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지자 행보를 하는 사무처를 어떻게 믿고 의정 활동을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안부는 당시 ‘지방의회 의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의장이 직무를 대리한다’고 답변했지만, 시의회 사무처는 이마저도 무시하고 일을 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무처는 지난달 30일 발생한 초유의 ‘의사 진행 발언 신청 반려’ 사태를 계기로 행안부에 10여 건의 유권해석 요청을 추가로 보내 놓고 있다. 사무처 관계자는 “상 의장으로부터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야 의원들이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만큼 의장 불신임안 표결 참여 가능 여부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도움말을 요청했다는 뜻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신속성은 간과됐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시의회 사무처는 전날 국민의힘 세종시당의 항의 방문까지 받았다. 류제화 시당위원장은 “상 의장은 본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임에도 불구하고 의장이 제척되지 않고 각종 절차에 관여하고 있다”며 “이는 지방자치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 사무처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특정 정당의 항의를 받은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지방의회 전체 불신 이어질라"
익명을 요구한 한 광역시의회 관계자는 “출범한 지 10년밖에 안 된 의회라 하더라도 광역의회인 점을 고려하면 행안부에 너무 기초적인 것을 질의했다”며 “전국 지방의회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굉장한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지방시대 구호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행안부 하부 조직임을 자처하는 행태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의장 불신임안을 접수한 세종시의회 사무처는 행안부에 △의장직무대리 부의장 지정 기한 △의장 불신임안 상정 시기 △본회의 의사일정 작성 방법에 대해 질의했다.
상 의장의 버티기 성공 배경에는 촘촘하지 못한 사무처의 일 처리와 함께 높은 초선 의원 비율도 거론된다. 전체 20석 중 17석을 초선이 차지하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의장도 작년에는 초선이었을 정도로 의원 전체가 의사 진행 절차에 익숙하지 않다”며 “사무처의 전문화는 물론 초선 의원에 대한 교육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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