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십 년 만의 한·일 성장률 역전, 나라 통째로 바꾸라는 경고
IMF는 올해 한국 경제가 1.7%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10월엔 2.0% 성장률을 전망했으나 석 달 사이 더 낮아졌다. 반면 IMF는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석 달 전보다 0.2%포인트 높여 2.9%로 예상하면서 미국(1.0%->1.4%), 중국(4.4%->5.2%), 유로존(0.5%->0.7%), 일본(1.6%->1.8%)의 전망치도 다 상향 조정했다. 주요국 중 한국의 경제 침체 우려가 더 심각해진 것이다.
만약 IMF 전망치가 현실화된다면 한국과 일본의 성장률이 외환 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된다. 지난 65년간 한국 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았던 것은 1980년 오일 쇼크와 1998년 외환 위기 때뿐이었다.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저성장을 겪는 일본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이만저만 심각한 위기가 아니다.
새해 들어 각종 지표는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각하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19%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자 경제 전체가 휘청대고 있다. 1월 수출이 1년 전보다 16.6% 줄었는데 반도체 수출이 44.5% 급감한 여파가 컸다. 1월 수출 감소분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 수출 감소 때문이었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도 46.6% 감소했다. 수출이 급감하면서 1월 무역수지가 역대 최악인 12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작년 3월 이후 11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반도체 기업 실적은 급격히 악화됐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9% 감소했고, 특히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700억원에 그쳐 97%나 급감했다. 대만 기업 TSMC의 4분기 영업이익(약 13조원)에 비하면 5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에서 돈을 벌어 적자를 면했을 뿐 주력인 메모리 분야는 사실상 적자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012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부진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지난해 12월 산업 생산 지수가 전달보다 1.6% 줄어 32개월 만에 최대 감소세다. 설비투자는 7.1% 감소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가면 경기가 나아지고 무역수지 적자도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침체가 일시적 상황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불황으로 고착화될 위험도 적지 않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 산업이 더 이상 압도적 우위를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천문학적 돈을 뿌리며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파운드리에서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고령화에 빠져 우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30~40년 뒤부터 60년간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금의 이 위기는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등 나라 전반을 통째로 바꾸라는 또 한번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 규제, 교육, 공공, 연금 개혁은 필수이고, 양극단 분열 정치도 끝내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경고 신호는 깜빡거리다 어느 날 꺼진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으로 문지르면 빵 냄새가… 프랑스서 ‘바게트 우표’ 나왔다
- [속보] 대통령실 “의대증원 일단락…전공의·의대생 돌아와야”
- 서유리 폭로에 입 연 최병길 “피해자 행세... 진흙탕 싸움 해보자는 건가”
- 강릉서 뺑소니 의심 사고 당한 20대, 치료 중 숨져
- 처음 열린 ‘잠 퍼자기 대회’…탑3 연령대와 직업은
- 경찰 “김호중 구속 검토, 증거인멸·도주위험”
- ‘의대 증원 반대’ 변호사 “전공의, 유령이냐? 정신 차리고 싸워라”
- 젊을 때 이혼·실직하면 노년기 치매 위험 커진다
- 경기도 “김동연 지사, 북미 출장서 1조4000억원 투자유치”
- 허경환 “김호중과 유흥주점 동석? 저 아니에요”…올린 증거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