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172㎝ 이상 훈남 채용” 여전한 성차별 공고

곽래건 기자 2023. 2. 2.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체 조건 따지고 특정 성별 우대… 정부 811건 적발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키 172㎝ 이상의 훈훈한 외모 남성.” “여성 우대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성차별적 요소가 담긴 채용 공고를 적발해 1일 발표했다. 작년 9월부터 주요 취업 알선 사이트에 올라온 구인 광고 1만4000건을 점검했고, 이 중 811건(5.8%)에서 법 위반이 적발됐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직원을 모집·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외모나 키, 체중 등 신체 조건이나 미혼 등의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도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점검 결과 성차별 내용이 담긴 모집 공고가 다수 확인됐다. “남자 사원 모집” “여자 모집”처럼 특정 성별에만 채용 기회를 주거나 “남성 우대” “여성 우대”처럼 특정 성을 우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방 이모” “생산직 남직원”처럼 직종 이름에 특정 성을 지목하는 경우도 있었고, “주방(男), 홀(女)”처럼 직종이나 직무별로 남녀를 분리해서 모집한 경우도 많았다. “라벨 부착 및 포장 업무(남 11만원, 여 9만7000원)”처럼 성별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모두 법 위반에 해당한다.

성차별적 모집 광고가 많이 올라온 취업포털은 아르바이트 모집을 하는 업체가 78.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비스직, 무역·유통, 생산·제조, 영업·상담 등 직종을 가리지 않았다.

고용부는 법 위반 업체 811곳 중 구인 모집 기간이 지난 577곳에 대해서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서면으로 경고했고, 아직 모집 중이던 233곳에 대해서는 공고를 수정하도록 시정 조치를 내렸다. 지난 2020년 이미 서면 경고를 받았는데 이번에 다시 적발된 1곳은 형사 입건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청년, 구직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단순히 남녀를 구분한다고 모두 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프라노 가수나 남성복 모델처럼 특정 성별만 일할 수 있는 경우라면 모집·채용 과정에서 성별을 명시해도 차별로 보지 않는다. 남성 목욕탕의 남성 근무자나, 수녀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닌데도 특정 성만 뽑거나 우대하면 차별이 된다. ‘남성 선반공’ ‘연구직(남성)’ 등이 대표적이다. ‘관리·사무직 남성 ○명, 판매직 여성 ○명’처럼 직종별로 남녀를 구분해 뽑는 것도 차별에 해당한다. 특정 성별만 그 일을 할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할 기회를 뺏는 차별이라는 뜻이다. 생산직을 뽑을 때 남성만 뽑는다고 하면 법 위반이 되는 것은 여성도 생산직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집 공고에는 남녀를 모두 뽑는다고 해 놓고, 내부 방침으로 특정 성별만 뽑는다면 채용 과정에서 특정 성별을 차별한 것이라 마찬가지로 법 위반에 해당된다.

정부는 채용 공고의 성차별 요소가 이전보다는 줄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2010년대 초만 해도 상담 직원을 뽑으며 ‘미혼 여성’인 것을 조건으로 내건 경우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아직 성차별 요소가 남아있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 5월부터 고용상 성차별 피해를 당한 구직자는 노동위원회에 시정 조치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됐는데, 이 조치도 성차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윤수경 고용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근로자 모집·채용 때 성차별을 하게 되면 구직자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단계부터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뺏는 셈이 된다”며 “모니터링 횟수를 현재의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규모도 1만4000개에서 2만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