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개미군단 전략… 한국, 대기업 의존 벗어나야”
대만 디지타임스 사장 황친융
“보수적으로 예측해도 삼성전자는 향후 5년 동안 TSMC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과거 전 세계는 대만이 주력하는 파운드리 산업을 낮잡아 봤지만, 이제는 ‘전자 기기는 대만 거치지 않으면 못 만든다’는 인식이 보편화됐다.”
대만 최대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의 사장이자 반도체 산업 전문가인 황친융(黃欽勇)은 지난달 31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의 경쟁력은 시설 투자(CAPEX)에 영향을 크게 받는데, 삼성이 TSMC와 같은 금액(매출의 45%)을 투자하려면 매출액의 150%를 쏟아부어야 한다”면서 “연구·개발 인력도 삼성(파운드리)은 3000명, TSMC는 9000명으로 큰 격차가 있다”고 했다. 대만 연구기관인 산업정보연구소(MIC)의 연구원 출신인 황 사장은 대만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전문가다. 그가 1998년 창립한 디지타임스는 모리스 창(張忠謀) TSMC 창업자·스전룽(施振榮) 에이서컴퓨터 창업자 등 대만 IT 기업 수장들이 출자했다.
황 사장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비결에 대해 “개미군단 전략이 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만에는 954곳의 상장 IT 회사들이 있고, 이들의 총 매출 규모는 9530억달러(약 1200조원)”라면서 “한국은 삼성·SK하이닉스 등 대기업 몇 곳이 반도체 인프라를 책임지고 있지만, 대만은 약 1000개의 기업이 촘촘하고 튼튼한 그물망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어 “TSMC 등 대만의 반도체 대기업들은 일부 프로젝트에선 생산 원가의 80%를 재료·부품·장비에 쓴다”면서 “이들이 일으킨 거대한 낙수 효과가 대만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큰 기여를 했다”고 했다.
황 사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삼성 등 소수 기업에 산업 전체가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점유율이 1.5%에 그치는 이유도 설계도를 팔 수 있는 회사가 삼성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다양한 제품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해질 텐데 소수의 기업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파운드리 산업은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황 사장은 “아시아는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가치 사슬)에서 ‘위탁 생산’을 맡는 구도가 굳어졌다”면서 “애플(전자기기)·구글(플랫폼)을 만들어낸 미국이 반도체 산업의 표준을 정한다면, 아시아는 이들의 구상을 실물로 구현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반도체 수요는 잠시 주춤하지만, PC·모바일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며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 가격은 지금의 620달러에서 3~4년 내 1000달러를 돌파하게 되고 종류도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했다.
황 사장은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분야는 향후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일본·대만의 반도체 사업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서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 악화로 대만 유사시에는 삼성도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고객인 폭스콘·퀀타 등에 대한 판매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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