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사업구조 확 바꾸고, 정부는 인재육성 올인하라”

박건형 기자 2023. 2. 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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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TSMC 경쟁력 비교] [7·끝]
한·일·대만 전문가들 “정부·기업 똘똘 뭉쳐야”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파운드리 경쟁력을 비교한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이 역전의 기회를 만들려면, 50년 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을 때처럼 기업과 국가가 똘똘 뭉쳐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과 전기차·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추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일본·독일 기업을 따돌린 삼성전자가 지난 10년간 ‘메모리 1위’에 안주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삼성도 철저히 변해야 미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과거 기술 수준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던 TSMC는 올해 미국 인텔과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후발 주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으면서 LCD(액정 표시 장치)처럼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범용 상품화되어 가고 있다.

◇”삼성, 철저하게 변하라”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부터 과감한 체질 변화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삼성이 ‘메모리 성공 경험’을 맹신하는 문화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업(業)의 성격이 전혀 다른데, 파운드리 사업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메모리 전문가를 대거 투입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성공에만 취해 있다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이 사라진 일본의 전철(前轍)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다.

권 교수는 “사업 구조 역시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를 기존 반도체 사업부와 분리해야, 대형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되찾고 다양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이 과거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따라잡고 1위로 올라선 것은 불황일 때 공격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라며 “TSMC의 수익이 정체되거나, 다음 세대 공정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때 삼성이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으면 역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인력, 군인과 같아…국가가 적극 키워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는 “투자는 기업의 몫이지만, 필요 인력을 채우는 것은 기업 혼자 할 수 없는 공공의 문제”라며 “반도체 인력을 군인 키우듯이 키워야 한다. 반도체 대기업도 병역특례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꽉 막힌 ‘수도권 규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안 전무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지역균형 발전의 시각으로 봐선 안 된다”면서 “학생들이 우수한 대학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원 규제도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했다. 또 공대 전반적으로 반도체 과목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반도체 전공 교수도 더 많이 뽑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파운드리 고객사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의 연합체인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이서규 회장은 “반도체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대표적 국가 주도 산업”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중장기 전략을 만들지 못하고, 단기 실적에만 매몰되면 국내 150여 팹리스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국내 팹리스 절반 이상이 삼성과 협업을 원하지만, 삼성 자체의 까다로운 ‘수익성·양산성 검증’ 때문에 진행이 쉽지 않다”며 “결국 파운드리 생태계는 한 업체가 다 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더 활발한 협업으로 경쟁력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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