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美 제트엔진·장갑차 생산… ‘中·러 견제’ 밀착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GE(제너럴 일렉트릭)의 제트 엔진 공동 개발을 포함한 첨단 기술, 방산 및 군사·안보 공조 등 전방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31일(현지 시각) 백악관이 밝혔다. 이번 합의는 미국이 인도와 함께 ‘대중 견제 전선’을 강화하고, 러시아에 대한 인도의 경제·군사적 의존도를 낮추는 일석이조의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인도가 수입한 무기의 46%가 러시아산이었는데, 이를 완화시킬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을 갖고 첨단 기술 및 방산·우주 개발 협력 강화 방안을 담은 ‘핵심·신흥기술 구상(iCET)’에 합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전날에도 미·인도 고위급 인사들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이 참석한 경제 간담회를 갖고 경제·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첨단 기술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선 양국은 미 방산기업 GE 에어로스페이스가 인도로 진출해 제트 엔진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문에서 “GE는 (제트 엔진 기술을) 인도로 이전할 수 있도록 수출 허가를 신청했다”며 “미 정부는 이를 신속하게 검토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양국은) M777 곡사포와 스트라이커 장갑차의 현지(인도) 생산을 위한 협력 강화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장기적으로는 인도의 고급 기술 인력을 활용해 인도에 방산 개발 및 생산 기지를 세우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은 또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인도의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도 심화하기로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인도는 반도체 패키징 및 레거시(전통) 반도체 제조 능력을 키우는 데 관심이 있다”며 인도를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인도 기업들이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수준의 중저가 구형 반도체 공정 능력을 키우도록 유도해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미·인도는 양자 및 고성능 컴퓨팅, 인공지능(AI), 5G(세대) 무선 네트워크 협력도 넓히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정부는 인도의 과학·기술 인재 유치를 위해 미국의 비자 요건도 완화할 수 있도록 미 연방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과 인도는 ‘해상 안보 및 정보감시정찰(ISR)’ 분야에서도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기술 협력 수준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양국 간 안보 협력 및 공조 체제도 함께 굳건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인도양에서의 해양 안보 강화를 통해 중국의 해상 진출을 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미 언론 매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미·러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온 인도를 (미국 편으로) 끌어오고,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 외교의 성과”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주도의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각종 제재를 부과했지만, 인도는 이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외교를 고수해왔다.
중국에 대항하는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면서도 미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랬던 인도가 미국과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은 급속도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는 반도체, 전기차, 통신 등 신흥 분야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며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애플, 삼성 등이 (중국이 아닌) 인도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중국과의 계속되는 국경 분쟁도 미국과 인도 간 협력의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의 공격적인 군사 움직임 및 경제 관행이 뉴델리(인도)와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의 사고에 깊은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FT도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과의 긴장 관계가 높아진 탓에 인도가 더 미국 쪽으로 기우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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