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챗GPT’에 환호만 할 수 없는 이유

김봉기 산업부 차장 2023. 2.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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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논리·문단 구성까지 ‘뚝딱’
편하지만, 사라진 思考 단계
AI, 저작권 침해 논란 속에
인간에게 또다른 과제 던져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미국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의 채팅 로봇 ‘챗GPT’와 접속해 직접 체험을 해봤다. 신문사에 몸을 담은 만큼 ‘기자로서 일할 때 챗GPT를 활용하면 어떤 이점이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다양한 토픽에 대해 최신의 정보를 제공해 빠르고 정확성 높은 기사와 칼럼을 작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관점을 제안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IT(정보통신) 분야의 기사 주제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개인정보 보호의 혁신을 가져올 것인가”란 제목을 제시하면서 “블록체인은 불변성, 공정성, 안정성을 보장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추천한 주제로 칼럼을 써달라’는 요구에 챗GPT는 불과 몇 초 만에 900자짜리 원고를 뚝딱 써내려갔다.

제이크 오친클로스 미 하원의원(민주당·메사추세츠주)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하원 본회의장에서 ‘챗GPT(ChatGPT)’를 통해 작성된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AI 연구 센터를 설치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소개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트위터

실제 이용해 보니 왜 전 세계가 주목하는지 충분히 공감됐다. 방대한 인터넷 공간에 있는 정보만 찾아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집한 정보들을 종합해 문장들이 나름 논리 정연한 구성으로 짜여있었다. 챗GPT 이용자는 지난해 11월 말 처음 공개된 지 5일 만에 이용자 1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이용자 100만명에 도달까지 3년 반,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각각 10개월과 2개월 반, 음원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5개월 정도 걸린 점을 감안하면 화제성이 엄청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날 챗GPT와 채팅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뭔가가 편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기사나 칼럼을 쓸 때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활용했지만, 얻게 된 정보와 자료를 종합해 어떤 식으로 논리를 펼치고 문단을 구성할지는 필자의 몫이었다. 검색으로 확보한 자료도 직접 읽고 생각하면서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과정도 있었다. 하지만 챗GPT ‘덕분’에 이 같은 사고(思考) 과정이 사라진 채 결과물만 전달받은 셈이다. 논문 작성이나 시 짓기, 코딩까지도 가능하다니 다른 분야에서도 필자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경영 컨설턴트이자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 시대 도래가 인간에 미친 영향을 다룬 그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인터넷은 우리로 하여금 책 읽기에서 발휘되는 집중력과 기억을 앗아갔다”, “우리는 정보처리나 의사 결정 능력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무엇인가 집중하고 그것을 기억하려는 뇌의 습관은 점점 쇠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기술의 발달로 풍요로움을 즐기지만, 뭔가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즘 챗GPT를 보면서 상당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최근 뉴욕시가 관내 학교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한 이유도 결국 학업에 필요한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AI에 반대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AI가 인간에게 더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는 도구라는 점을 부인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이미 몇 년 전부터 불거진 AI의 창작물을 둘러싼 신뢰성이나 저작권 침해 논란 문제에 대해 아직 제대로 법적·윤리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상황에서, 사고 능력 저하 논란 등과 같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챗GPT를 계기로 AI 기술 개발에 더욱 가속도가 붙으면서 지금은 예상치 못한 사회문제에 맞닥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술 고도화 못지않게 챗GPT 시대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더 늦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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